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입소형 약물중독 재활시설 ‘다르크’ 경기센터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입소형 약물중독 재활시설 ‘다르크’ 경기센터


■마약 피해자 인터뷰
“20대 들어서 더 강한 자극 찾아
필로폰까지 손댄 것 가장 후회”



남양주=글·사진 전수한 기자

“18살에 처음 대마초를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까요?”

2주 전 약물중독 재활센터 ‘다르크(DARC)’에 입소했다는 마약 중독자 조모(25) 씨는 8년 동안 투약한 마약의 후유증으로 인터뷰 내내 손을 달달 떨었다. 10일 조 씨는 “20대를 인생의 황금기라고들 하잖아요. 그게 너무 부러워요. 저는 약에 절어 20대를 통째로 날렸으니까…”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 씨가 마약에 손대기 시작한 것은 18살 생일날이었다. 대마초가 시작이었다. 동급생 친구가 생일 파티에서 대마초를 선물로 가져왔다. 다양한 국적이 섞인 국제학교 특성상 마약으로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환경이었다. 성인이 된 1∼2년 차이 졸업생들이 재학생을 꼬드겨 마약을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조 씨의 친구도 그중 하나였다.

대마초를 접하자마자 중독이 된 조 씨는 매일같이 대마초를 피웠다. 18만 원 분량의 대마초 1g을 하루에 다 피운 날도 있었다. 모든 용돈을 약을 구하는 데 썼고 일상생활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약을 선물한 친구는 성인이 된 후에도 마약 공급책 일을 계속하다 수감이 됐다.

20대가 된 조 씨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헤맸다. LSD, 엑스터시, 케타민, 그리고 필로폰. 조 씨가 “이것만은 손대면 안 됐다”며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필로폰이다. 당시 조 씨는 친구를 통하지 않고도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한 상태였다.

필로폰은 온갖 망상·환각을 동반해 조 씨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약을 몸에 넣으면 흔들리는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는 공룡이 보였다. 각성 효과로 5일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가족과의 불화가 이어지다가 끝내는 ‘아빠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냥 그렇게 돼요. 정신이 멀쩡할 때 생각해보면 얼토당토않지만, 약을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왜 근거 없는 불안에 시달렸는지는 조 씨도 모른다고 했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란 생각에 조 씨는 지난해 경찰에 자수했다. 불구속 기소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조 씨는 정신병원을 거쳐 다르크에 제 발로 입소했다. 조 씨의 꿈은 중독재활 공부를 해 예전의 자신처럼 마약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는 것이다. 조 씨는 “저처럼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한 명이라도 구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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