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경 서해 불법조업 단속 현장
“NLL 접근” 무전에 긴장 고조
어선들 뱃머리 돌려 작전 중단
지휘부 상황보고까지 속전속결
꽃게철 들어 불법 조업 증가세
“10분내로 진압”대규모 훈련도
인천=지건태 기자
지난 9일 새벽 4시. ‘북위 37.58, 서경 124.16’ 서해 최북단 인천 대청도 특정해역.
해양경찰 서해5도특별경비단 소속 3005함이 전날 인천항 해경 전용부두를 출항해 12시간 넘는 항해 끝에 도착한 이곳 해역은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6마일(9.6㎞),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8마일(12.8㎞) 떨어진 곳이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 바깥보다 어둡게 조명을 끈 함정 조타실에는 원거리추적감시시스템(CVMS)을 주시하는 전탐사의 눈빛만 반짝였다. 17년 차 베테랑 전탐사 신무섭 경사는 “짙은 해무로 작전(나포)이 힘든 날에는 더 많은 중국어선 의심 선박이 NLL을 넘어 우리 해역을 침범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무가 잦은 봄철에는 꽃게잡이 시기와 맞물려 그 수가 배로 늘어난다.
이날도 신 경사가 주시하던 레이더상에만 최소 70여 척의 중국어선 의심 선박이 NLL을 따라 길게 선단을 이룬 모습이 포착됐다. “타깃 228, 229 남서방 10노트로 이동 중”. 인근 해상에서 경계를 서던 또 다른 해경 경비함정 528함에서 다급한 무전이 들어오자 3005함 조타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함장 대신 야간 당직을 서던 고동익 부함장(경감)은 함수를 남서방으로 돌리며 함 내 특수기동대 팀장을 호출했다. 타깃 228, 229는 신 경사가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선박에 부여한 식별번호다. NLL 남쪽 2마일(3.2㎞)부터는 해경의 작전이 가능한 어로한계선이다.
고 부함장은 현재 기상 여건상 작전 수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특기대 팀장에게 먼저 물어본 뒤 서특단 지휘부에 상황을 보고했다. 다행히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이곳 특정해역까지 근접한 중국어선 의심 선박이 뱃머리를 돌려 작전은 중단됐지만 실제 나포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한 경비정과의 예기치 못한 충돌에 대비해 해군과의 협조도 필요하고 기상 여건이 나빠 도주 선박이 NLL을 넘기 전 10여 분 안에 작전을 끝낼 수 없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해경의 단속에 저항해 선체에 쇠창살을 두르고 조타실 철문까지 용접해 걸어 잠근 터라 단시간 내 작전 수행이 더욱 어렵게 됐다. 꽃게 조업이 시작되는 4월부터 NLL 인근에 출현하는 중국어선은 대체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해경의 나포 건수는 이러한 열악한 작전 환경을 반영하듯 지난달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이날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경고라도 하듯 경비함정 13척과 항공기 3대를 동원해 이곳 특정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 참가한 특기대 대원들에게는 도주하는 가상의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올라타 절삭기로 철제 조타실 문을 뚫고 선원들을 제압하는 데까지 실전과 같은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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