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미의 백미는 보스턴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전문가 간담회라고 단언한다. “바이오를 제2 반도체로 키워야 한다”는 대통령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는 역대급으로 구성됐다. 데이비드 브라운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장,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랩센트럴 사장,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 등 글로벌 기업, 투자사, 법률·특허 전문가 등이 엄선됐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한국과 보스턴을 오가며 2018년 레이저티닙이라는 표적치료방식 항암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을 수출한 경험을 인정받아 이 자리에 전문가로 함께했다. 성공적인 K-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보스턴의 성공교훈 4가지를 정리한다.
첫 번째는 인재 육성이다. 지난 4월 미국 암학회에 참석했는데, 전 세계 참가자 중 한국이 세 번째로 많았다. 이처럼 한국의 생명과학 분야 인재풀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하겠다. 다만 미국은 의사과학자가 많고, 이들이 병원-학교-기업 간 혁신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클러스터 발전을 위해 의사과학자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구성원 간 협업이다. 보스턴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세계 최고 연구기관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있다. 랩센트럴 등 클러스터 혁신기관이 이를 실행할 공간을 제공한다. 한국도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인천 송도와 보스턴을 연결해 K-바이오 랩허브를 만들고 있어 역할이 기대된다. 보스턴에는 화이자, J&J, 모더나와 같이 혁신을 이끌어줄 앵커 기업이 많다. 한국도 글로벌 회사의 혁신센터를 유치하는 방안 혹은 유한양행, 녹십자와 같은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가 앵커 기업 역할을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벤처 자본이다. 보스턴 벤처캐피털은 투자 결정 과정에서 기술·경영진 실사를 철저히 하고, 투자한 회사의 동반자로 회사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인다. 임상개발을 위한 스케일업 투자도 활발히 해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킨다. 반면 한국 바이오텍은 스케일업을 통한 임상 개발보다 라이선스 아웃에 치중하는 형편이다. 한국 바이오기업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서기 위해선 혁신적 신약 후보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거쳐 임상 개발하고 이를 통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창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이다. 보스턴의 비약적 성장에는 연구인력 양성, 세제 혜택, 네트워크 육성 등에 1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한 듀발 패트릭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이니셔티브가 있었다. 보스턴 매스바이오협회도 연구·개발(R&D), 경영, 법률,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세미나를 주관하고 있다. 시약·장비를 공동구매해 구입 비용을 낮추는 등 클러스터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정부와 관련 협회도 바이오 클러스터 발전과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으로 노력해야 한다.
보스턴의 선도적 운영 경험을 배워나가면 역동적·자생적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하리라 본다. 600만 명 인구의 덴마크도 노보 노디스크, 젠맵을 보유한 제약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라고 못할 것은 없다. 이번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보스턴발 혁신 클러스터 구상을 기대해 본다. 미래세대를 위해 꼭 현실성 있고 효과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