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3년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외국인 바이어들이 한국 수출기업 관계자로부터 국산 딸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4월 19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3년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외국인 바이어들이 한국 수출기업 관계자로부터 국산 딸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농식품부 ‘Buy Korean Food’ … 40개국 바이어 방한

구매력 있는 해외유통업체 대상
기업 간 사전 온라인 면담 뒤 초청
작년보다 현장 계약 533% 늘어

음료·과일·김치 등 1000만달러
작물 영양제 등 900만달러 성과

냉동 피자·국산 건강차 큰 관심
농식품부, 샘플발송 등 밀착관리


“정부가 주관한 상담회에 나온 회사 식품이어서 우리도 믿고 수입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미국 식품기업인 ‘GL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김 대표는 한국의 인삼·홍삼 제조 수출기업인 ‘다정’이 박람회에 내놓은 홍삼 제품들에 대해 만족하면서 곧장 미국인에게도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김 대표는 박람회장에 설치된 ‘다정’의 부스에서 미국에서 알로에 젤과 홍삼 원료를 섞어 신제품을 만들어 현지 시장에 유통시키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내놓으며 상담 과정에서 이것저것 상세하게 물었다. 결과에 만족해서인지 김 대표는 상담 직후 “제품이 완성되면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상당 물량을 초도 수입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지난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3년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BKF)’는 국내 농식품 수출기업과 해외 식품기업 간의 만남의 장이었다. BKF는 해외 농식품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해 수출을 희망하는 우리 농식품 기업에 1대1 바이어 상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멍석을 깐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였다. 2027년까지 농식품 분야에서 27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야심 찬 계획의 일환인 BKF는 기존 정부의 수출 진흥 행사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이전에는 국내 식품 수출기업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서 현지에서 박람회를 열고, 현장을 찾아오는 현지 기업에 우리 상품을 알리는 것에 그쳤다. 현지인들의 기호와 제품에 대한 선호 등의 정보가 부족했던 데다, 일회성 방문 행사로 인해 수출기업과 현지 식품기업이 서로를 알지 못해 확실한 계약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정황근(왼쪽 두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3년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딸기를 시식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정황근(왼쪽 두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3년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딸기를 시식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하지만 이번 BKF는 국내에서 열렸으나, 다른 어느 현지 행사 못지않게 많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방문했다. 농식품부가 이번 BKF부터 구매력 있는 해외 대형유통업체 직·공급 벤더를 초청하고, 계약 성과를 높이기 위해 현지 바이어와 우리 수출기업 간 사전 온라인 면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면담을 통해 상호 회사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쌓이자 직접 해외 바이어가 한국을 찾았고, 행사장에서 계약까지 일사천리였다.

전략을 바꾼 결과는 엄청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BKF를 통해 총 31건·1900만 달러 규모의 우리 농산물 현장 계약이 이뤄졌다. 전년(300만 달러)보다 533%나 증가한 규모다. 이번 BKF엔 전 세계 40개국·456개사(해외 바이어 136개·국내 수출기업 320개)가 한자리에 모여 2042건·1억5100만 달러 규모의 1대 1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농식품은 물론 음료·과일·떡볶이·김치 등 21건·1000만 달러의 성과로 이어졌다. 전후방산업에서도 작물 영양제·친환경 살균제 등 10건·총 900만 달러 규모의 현장 계약이 체결됐다. 현장 계약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국내 수출업체들이 추후 해외 현지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이어 갈 경우 실제 수출 계약 체결 수와 계약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직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이번 BKF는 기업 간 사전 온라인 면담을 거친 업체들이 참가해 단 한 번의 1대1 상담으로 곧장 현장 계약이 이뤄지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미국의 SAMS나 UNFI와 같은 구매력 있는 해외 대형유통업체 직·공급 벤더를 초청한 것과 농자재 등 농업 전후방산업 수출기업이 참가한 것도 실적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바이어들의 만족도도 다른 어느 해외 박람회보다 높았다. 프랑스에서 온 ‘T&T Foods’ 관계자는 “프랑스 현지에서 K-푸드의 인기가 대단하다”면서 “우리 회사가 보유한 4000여 개 유통 네트워크 중 하이퍼 마켓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 김치를 수입·유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샘플 테스트 이후 곧바로 5만 달러가량 수입할 뜻을 밝혔다. 국내 수출업체 중 하나인 파프리카 통합조직 ‘코파’의 최덕규 부장은 “광양·화순지역에서 생산된 벨타입 파프리카 3색과 미니 파프리카를 싱가포르 프레시 마켓에 5월 중 시식·판촉하는 내용을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며 “이번 상담회가 수출 시장과 물량을 확대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번 행사에서 해외 바이어의 정보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BKF에 참가한 바이어들이 일부 품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나타낸 것. 가령 중국 홍콩에서 온 바이어는 편의점을 타깃으로 한 간편 조리 식품인 냉동 피자·마카롱 등을 선호했고, 일본 바이어는 아이스티 제품 등 패키징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며 국산 건강 차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 과장은 “해당 국가에 대한 선호제품 정보도 파악돼 11월에 열릴 2차 BKF에 대한 준비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번 현장 상담이 추가계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업체들의 현지 샘플 발송 지원 등 밀착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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