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경남교육감賞 의령여고 주정민 학생
내가 제일 좋아했고 나를 제일 좋아했던 우리 아부지.
아빠, 안녕! 이렇게 또 편지를 쓰네요. 감사편지라고 하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이 아버지밖에 없네요. 감사한다는 말을 못 해줬던 나였죠. 아빠를 좋아하지만 못난 딸이라 좋아한다는 말도 한번 못 해줬네요.
아빠, 나는 잘 지내요. 힘들지만 힘들지 만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아빠가 사랑으로 키워준 18년이 너무도 소중해서 그 기억으로 잘 살고 있어요. 사람은 힘든 기억이 아니라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정말 맞는 말이었네요. 나를 사랑해줘서, 애정으로 키워줘서 고마워요.
경상도 여자라 무뚝뚝하다는 핑계로 말도 툭툭 뱉고, 항상 애정표현도 못 해줬던 딸이 이제야 철이 들어서 아빠와 함께했던 한순간 한순간을 후회하며 살아요. 제일 후회 되는 건 아빠겠지? 나 예쁘게 클게. 위에서 지켜보고 있어! 꼭 이쁘게 웃으면서 아빠 보러 갈게.
비록 졸업식에서 아빠가 주는 꽃다발은 못 받겠지만! 나는 괜찮아요. 괜찮게 살아갈 수 있어.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요. 못난 딸이라 후회한 것은 있어도 아빠 딸이라 후회한 적은 없다는 걸, 말로 표현은 못 해줬지만 누구보다 아빠를 좋아했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해요.
아빠 아프지 말아요. 그곳에서는 아픈 날보다 웃을 날이 더 많길 바라요. 나도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은 하루하루를 살다가 예쁜 모습으로 예쁘게 웃으면서 아빠한테 달려가서 있는 힘껏 안길게요. 안겨서 너무 힘들었다고, 많이 울었다고, 투정도 부리고, 못 해준 말 다 해줄게요. 아빠에게 닿지 않을 이 편지가 단 한 줄이라도, 정말 그냥 한 줄이라도 닿길 바랄게요. 아빠가 그리운 밤에 써내려간 수많은 편지 중에 그저 단 한 줄이라도 아빠에게 닿아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짐을 덜어줄 수 있게 그렇게 만은 해달라고 간절히 빌어볼게요.
고마워요. 우리 아빠라서. 하루하루를 소중한 기억들로 채워줘서 정말 고마워요. 다음 생에는 조금 더 예쁜 딸로 태어나서 받은 사랑들, 애정을 똑같이 돌려줄 수 있게 해볼게. 그러니까 아빠, 못난 딸이었지만 사랑한다는 말 한번이 너무 어려웠던 딸이었지만 한 번만 더 우리 아빠로 태어나주라. 사랑해요. (이제야 말해주네ㅎㅎ)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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