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기’보다 중범죄 적용
건축업자 등 51명 송치하기로
‘범죄단체조직죄’ 유죄 인정땐
공범 17명도 주범과 같은 처벌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경찰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조직적 전세사기 관련 피의자에게 사기죄가 아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 수사1계는 사기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 씨 일당 51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A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보증금 430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430억 원은 지난 3월 A 씨 등 10명의 1차 기소 당시 범죄 혐의 액수인 125억 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경찰은 이번에 송치할 전체 피의자 51명 중 A 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11일 송치 예정인 이들은 바지 임대인과 중개보조원 등으로 2009년부터 전세사기 범행을 사전 계획한 뒤 2010년 중개사무소를 총괄하는 중개팀,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 등을 구성했다. 경찰은 범죄에 대한 공동의 목적을 갖고 역할을 분담, 반복적으로 범행을 실행하면서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A 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고 A 씨와 초기부터 함께 범행한 피의자들을 선별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A 씨 일당의 현재 사기 건수는 533건으로 경합범 가중 규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인 고소 사건도 남아 있어 A 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들과 관련한 고소 사건은 모두 944건이며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줄잡아 700억 원대다.

범죄단체조직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범행을 주도한 A 씨뿐 아니라 이 혐의가 함께 적용된 나머지 공범 17명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또 범죄수익은 ‘범죄피해재산’에 해당돼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앞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지난달 전세자금 대출 사기 조직을 적발해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기소한 바 있지만 직접 보증금을 가로챈 조직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사례는 없었다.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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