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팽 왈츠 제6번 ‘강아지 왈츠’
속주로 연주하면 1분만에 OK
적당한 템포론 1분 45초 필요
쉬운 멜로디· 단순한 리듬 반복
어린 아이에게 호기심 이끌어내
한 사람의 음악적 취향은 33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서는 좀처럼 새로운 음악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요컨대 감수성이 가장 왕성했던 10·20대에 듣던 음악이 뇌리에 가장 깊숙하게 자리 잡는다는 것. 호르몬이 가장 왕성했던 시절에 음악에 반응했던 신체의 흥분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어 클래식 음악에 처음 입문한 이들은 하나같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필자는 길이가 매우 길어서 참기 어렵거나 간혹 심오한 내용의 음악이 있을 뿐 “세상에 어려운 음악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초심자라도, 심지어 어린 아이일지라도 3∼4분 내외의, 혹은 그보다 더 짧은 재밌고 흥미를 이끌어 내는 작품들로 시작하면 어렵지 않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라고 하면 녹턴·마주르카·폴로네즈 같은 피아노 음악, 쇼팽 특유의 애수에 가득 찬 멜랑콜리한 음악이 떠오른다. 하지만 개중엔 짧은 길이의 재밌고 명랑한 작품도 있다. 바로 ‘미니트 왈츠(1분 왈츠)’라고도 불리는 ‘강아지 왈츠, Op. 64-1’이다.
보통 우리가 왈츠(Waltz)라고 하는 것은 ‘돌고 돈다’는 뜻의 독일어 발처(Walzer)에서 유래한 말로 19세기경 오스트리아 빈을 비롯해 유럽 전역의 사교계를 휩쓸었던 춤과 음악의 장르를 뜻한다. 조금 빠른 템포의 3/4박자, ‘쿵 짝짝’ 세 박자로 흐르는 우아한 음악은 유려하고도 경쾌한 춤을 이끌어 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모든 왈츠가 춤을 추기 위한 반주 음악으로 작곡된 것은 아니다. 평론가로도 유명한 독일의 작곡가 슈만(1810∼1856)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왈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머리로 하는 왈츠, 둘째 발의 왈츠 그리고 셋째 마음의 왈츠. 첫째는 머릿속에 세 박자의 왈츠를 떠올리며 써내려가는 왈츠고, 둘째는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一家)의 왈츠처럼 모두를 춤판으로 이끄는 왈츠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과거의 애틋한 추억과 이루지 못한 꿈들로 이끌어 황홀함으로 이끄는 쇼팽의 왈츠다.”
쇼팽의 ‘강아지 왈츠’는 1847년 그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1804∼1876)의 별장이 있는 프랑스 노앙에서 작곡된 작품이다. 연인인 상드에게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제 꼬리를 쫓아 제자리를 맴돌며 뛰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음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감히 필자의 상상력을 더해 보자면 이 작품엔 마당을 이리저리 뛰노는 강아지의 모습, 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 상드의 행복한 표정, 그리고 이 모든 일상의 행복에 만족하고 감사했던 쇼팽의 마음이 모두 녹아 있으리라.
짧은 길이의 이 작품은 ‘미니트 왈츠’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피아니스트가 매우 빠르게 속주하면 1분 만에도 연주를 해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부제이다. 하지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기 적당한 템포로 연주하면 보통 1분 45초 내외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마치 뱅글뱅글 정신없이 도는 강아지를 묘사하는 듯 반복되는 멜로디의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클래식 음악의 입문자들에게, 또 어린아이들과 함께 듣기에도 매우 좋은 작품이다. 연주하기엔 결코 간단치 않은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쇼팽 왈츠 제6번 ‘강아지 왈츠’
강아지가 제 꼬리를 쫓아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경쾌하고 빠른 템포로 재밌게 묘사한 작품이다. 트릴(trill·꾸밈음)과 함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4마디의 전주로 시작한다. 이어 뒤따르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단순한 리듬과 함께 반복적으로 연주되며 풍부한 서정성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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