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100g에 불과한 북극제비갈매기는 1년에 9만㎞를 넘게 이동한다. 지구 두 바퀴를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다. 유럽칼새는 10개월 동안 아무 곳에도 내려앉지 않고 쉬지 않고 비행한다.
책은 철새가 쉬지 않고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원리, 철새의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방법 등을 담아낸 현장 탐사 기록이다. 저자는 알래스카 툰드라 지대, 황해, 인도 등을 오가며 철새를 연구하면서 목격한 풍경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자연사 작가이자 자연주의자인 저자는 30년 넘게 새의 이동을 연구한 ‘철새 전문가’다. 그는 철새의 다리에 고유번호가 적힌 가락지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아날로그’ 방식부터 초소형 위치 추적 장치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을 모두 경험해 새를 관찰하는 방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철새들은 어떻게 수개월을 쉬지 않고 비행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장기간 비행하는 새들의 뇌가 반은 깨어 있고 반은 잠을 자는 ‘단일 반구 수면’을 하며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인 부분도 철새 연구 이야기에 녹여내 쉽게 읽힌다. 저자는 철새의 신비로움을 파헤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경보전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그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직접적 피해를 입는 철새를 보호하는 것이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새의 여정을 쫓으며 철새 서식지 환경의 위기와 현실을 몸소 확인한다. 전북 새만금에 33㎞에 달하는 거대 방조제가 들어서 갯벌이 사라지자 전 세계 붉은어깨도요 5분의 1이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철새 보호와 상충하는 경제적 대가의 문제에 대한 논의도 전개한다. 저자는 철새 비둘기조롱이 사냥이 주 소득원이었던 인도 나갈랜드주의 마을 ‘팽티’에 갔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비둘기조롱이 사냥 중단으로 지역 반나절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을 포기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현지 야생동물연구소 연구원은 비둘기조롱이 사냥이 지역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면, 관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관광 안내원, 전망대가 있는 땅을 소유한 땅 주인 등 일부 사람에게만 유익하다고 말한다. 철새 보호와 이로 인한 지역 주민의 생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과제를 던진다. 560쪽, 3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