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소비기한이 통상 20~30% 길어
음식물 폐기 연간 1조 절감효과
제도 적응 차원서 올해까지 계도
식약처, 소비기한 표시 수시점검
기업 업무·비용부담 줄이기 위해
2000여개 품목 참고값 제시 계획
최근 장을 보러 가면 식품 포장재가 달라진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식품 포장에서 ‘유통기한’이 사라지고 ‘소비기한’으로 표기되고 있어서다. 이는 식품 표기 기한이 38년 만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1985년부터 사용된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오인하면서 버리지 않아도 될 음식들이 상당수 버려졌다.
올 들어 ‘팔아도 되는’ 유통기한이 ‘먹어도 되는’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식품 보관 기간은 길어졌다. 다만 올해까지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용된다.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이 새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1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계도기간이 부여되면서 업체들이 소비기한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소비자들도 식품을 살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식품 제조 기업이 권고 사항인 소비기한을 표시할 수도, 기존처럼 유통기한을 기재할 수도 있다. 냉장보관이 필요한 우유는 예외적으로 2031년부터 적용된다. 결국 당분간 소비자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구별해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식품업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소통을 강화해 소비기한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1조 원 이상 비용 편익 = 유통기한은 제조·유통업체가 식품을 제조·포장한 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뜻한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표기법을 제조업체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는 소비기한이 이미 시행 중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2018년 국제식품기준규격에서 유통기한제도를 없애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한 바 있다.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20∼30% 길다. 유통기한은 식품 품질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인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하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로 한다. 이에 두부는 현행 유통기한 17일에서 소비기한 23일, 유산균 음료는 18일에서 26일, 빵류는 20일에서 31일, 소시지는 39일에서 56일, 어묵은 29일에서 42일, 과자는 45일에서 81일 등으로 늘어났다. 조리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삼각김밥, 도시락 등 즉석 섭취 식품(비살균)은 59시간에서 73시간으로 길어졌다.
정부는 소비기한으로 표시를 바꾸면 음식물 폐기가 감소해 연간 1조 원 정도 편익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는 연간 8860억 원, 기업은 260억 원 등 편익이 예측됐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폐기 감소비용은 연간 165억 원으로 추산됐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될 경우에는 사회적 할인율을 감안해도 10년간 약 7조500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 폐기물 감소로 국제 사회가 동참하는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일조하고, 국제 기준에도 부합해 국내 생산 식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기한 지나면 섭취해선 안 돼 = 이미 유통기한이 인쇄돼 생산된 포장지가 폐기되는 걸 막기 위해 올해 말까지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된다. 당분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적힌 제품이 함께 시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체들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써도 되지만, 정부는 혼동 가능성을 우려해 소비기한만 표시할 것을 권장했다. 정부는 업체별 소비기한 적용률, 포장지 교체율 등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가 매출액 상위그룹 30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품목 3만1890개 중 소비기한으로 포장지 교체를 완료한 품목은 34.8%(1만1112개)다. 식약처는 올 상반기 내 30곳 적용률을 6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통판매업자는 제품 출하부터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 냉장·냉동 시스템의 온도와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냉장·냉동식품을 실온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식품 온도에 변화가 없도록 신속하게 상하차 작업을 마치고 냉장고 문단속도 해야 한다.
식품에 유통·소비기한이 혼재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날짜와 보관방법 등 표시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한이 짧은 식품은 대량으로 사지 말고 한번 개봉한 제품은 최대한 빨리 먹는 편이 안전하다. 소비·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은 가급적 먹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에게도 식품 온도 관리는 중요하다. 택배로 온 식품을 현관문 앞에 오래 둬서는 안 된다. 실온→냉동→냉장 제품 순으로 1시간 이내 장보기 등도 온도 관리에 유용하다. 냉장보관 시 날짜를 확인해 선입·선출이 쉽도록 보관하고, 포장박스는 제거한 후 손질 필요 재료, 손질된 재료, 조리된 식품으로 분리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약처는 오는 2025년까지 2000여 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값을 설정할 계획이다. 소비기한 참고값은 식약처가 품목별로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통해 정한 잠정 소비기한이다. 소비기한은 원래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한 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영세업자의 비용부담과 품목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 대기업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는 참고값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계가 소비기한을 속도감 있게 도입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