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덕수궁 ‘리에제 와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합니다. 눈부신 햇살을 벗 삼아 녹음이 짙은 가로수길을 걸을 수 있는 이 멋진 계절은 짧아서 더 아름답습니다. 마침 도심의 미술관에서는 주옥같은 전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감성과 지성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여유로운 나들이에 빼놓을 수 없는 디저트 타임, 과연 어떤 메뉴들이 잘 어울릴까요.
서울 정동 덕수궁 왼편 돌담길 초입의 작은 가게 앞에는 늘 줄을 선 사람들의 풍경과 함께 달콤하고도 풍성한 버터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2012년부터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에제 와플은 과거 림벅 와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리에제 와플이라는 이름으로 직영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상호명은 리에제로 표기되어 있지만 벨기에 리에주 지역에서 시작된 와플은 리에주 와플(Liege waffle)이라 부릅니다.

고프레(Gauffres)라고도 불리는 이 벨기에의 음식은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로 나뉘는데 그 기준은 입안에 씹히는 우박 설탕을 반죽에 넣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리에주 와플은 이스트로 발효시킨 반죽을 작고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 와플 기계에 넣어 굽습니다. 특히 반죽에는 우박 설탕이라고도 부르는 하얀 별사탕을 넣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이 설탕 덩어리가 씹히며 캐러멜화된 설탕의 향미가 돋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브뤼셀 와플은 직사각형으로 큼직하게 반죽을 구워 내 와플의 홈 사이 사이에 크림과 소스, 과일 등의 다양한 토핑을 올려 냅니다. 세심하게 체크해보면 덕수궁의 리에제 와플은 브뤼셀 와플의 비주얼에 더 가깝군요.
와플이 한국에서 유행한 지도 10여 년이 넘어갑니다. 이제는 전문점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들도 그 세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중 이곳의 와플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덕수궁 돌담길의 정취와 낭만도 큰 몫을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서대문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 돌담길을 걸으며 또는 벤치에 앉아 바람에 따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의 소리들을 즐길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이곳의 다양한 메뉴 중 제 원픽은 블루베리 콩포트와 크림치즈가 담뿍 올라간 와플입니다. 물론 와플 플레인이나 와플 메이플도 인기 메뉴입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이나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생크림만 따로 올릴 수 있으니 기호에 따라 선택해 나눠서 먹어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지요. 벨기에에서 즐겼던 스타일로 와플 헤이즐넛 초코나 와플 벨지움 초코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습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