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5) 전국 할퀸 저출산 충격 - 지자체 인구 늘리기 경쟁 가속
청양·서천 3000만원 출산 지원
영양·봉화 양수발전소 유치나서
대전 2자녀 부모 무상교통 도입
강원 워케이션 활성화사업 등
생활인구 규모 늘리기에 주력
9개 시도, 지역특화비자 시행
대전=김창희 · 광주=김대우 · 대구=박천학 · 부산=김기현 · 인천=지건태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인구 늘리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세수가 늘어나지만 인구가 줄면 지자체 조직이 축소되고, 각종 개발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1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합계출산율 0.7%대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낮은 출산율은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중 118곳(51.8%)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절반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인구 증대 대책으로 쓰는 카드 중 가장 흔한 것이 현금 지원이다. 전남 강진군은 신생아 1명당 출산장려금 5040만 원을 0세부터 7세까지 나눠서 지급한다. 한 가정당 일곱째 아이까지 총 3억5000만 원을 준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 출산장려금이다. 이웃 지자체들도 앞다퉈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흥군 1080만 원(첫째 아이 기준), 진도군 1000만 원, 보성군 600만 원, 순천시·광양시·영광군 500만 원 등이다. 충남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양군·서천군 등은 3000만 원 이상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산군도 5명 이상 아이를 낳을 경우 3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대도시권인 부산 영도구도 올해 1월 이후 출생한 영아에 대해 1인당 500만 원을 지급한다.
이 같은 현금 지원이 땜질 정책일 뿐 인구 증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지자체 간 과열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체 인구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자체끼리 주민등록인구 중심의 ‘정주인구’ 늘리기 경쟁만 한다면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돈은 약 380조 원에 달하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어 정책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구 증가를 위해 공공기관이나 심지어 님비(NIMBY) 시설 유치에 사활을 거는 지자체도 있다. 인구가 3만 명대에 불과한 충남 청양군은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을 유치해 건설 중이며 충남산림자원연구소 유치를 위해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칠곡군·군위군·의성군·영천시·상주시 등 경북 지역 5개 지자체는 대구 도심에 있는 군부대 유치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전 대상 군부대는 제50보병사단,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방공포병학교 등 4곳이다. 경북 영양군과 봉화군은 양수발전소 유치에 나섰다. 양수발전소는 해당 지역 주민 이주와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해 님비 시설로 꼽히지만 이들 지자체가 유치에 나선 것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관리·운영인력으로 상주인구 150여 명이 유입된다.
대도시와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21년 전국 대도시 중 처음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부산시는 가족친화환경 조성, 청년의 지역 정착, 우수 인재·기업·투자 유입, 미래세대 자립기반 조성 등 인구 늘리기 99개 과제에 올해 4329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달부터 18세 이하 자녀를 2명 이상 둔 시민에게는 지하철(도시철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2자녀 부모 지하철 요금 무료화는 대전이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이 서울, 부산 다음으로 낮은 인천시(0.78명)도 다양한 출산·다자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주인구 늘리기에 한계를 느낀 지자체들은 최근 생활인구 확대와 외국인 유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활인구란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시행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체류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충남도 시장·군수협의회는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5촌 2도’ 캠페인을 범도민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는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활성화에 나서 지난해 998명의 워케이션 참가자를 유치했다.
외국인 유치에 눈을 돌리는 지자체도 많다. 현재 9개 시도, 28개 시·군·구에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가 기본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인구 감소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거나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출산율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기존 인구 늘리기 정책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노출된 만큼 교육·일자리·주거 등을 대폭 보완하고, 외국인 유치를 통해 인구 파이를 키우는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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