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은 ‘디폴트(기본 설정값)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개도국 때 만들어진 사회질서를 선진국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니 인구의 과격한 감소가 초래되고, 결국 지역 소멸 위기에 몰린 거예요. 연착륙을 위해 가장 먼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의 해법을 ‘로컬리즘’에서 찾는 인구학자 전영수(사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로컬리즘은 지역 안에서 직주(職住) 등 기초생활을 영위한다는 의미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성장기 경제논리는 저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층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사회적 성공이 곧 행복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생각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청년층에게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 교수는 “청년층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빠르게 보편화할 것”이라며 “청년층의 상식에 맞게 사회 전반적인 체제를 바꿔야 인구 감소는 물론 그로 인한 지역 소멸도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1극 체제는 결국 깨질 수밖에 없지만 로컬리즘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를 꾀하는 로컬리즘은 중앙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 교수는 “지방이 예산자율권을 갖는 게 우선”이라며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 2 수준인데 이 비율이 적어도 5대 5는 돼야 하고, 방식도 중앙이 지방에 교부금 등을 내리는 형태가 아니라 항목을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는 ‘경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 교수는 “현재 지자체는 서울 주변부의 생활 공간 또는 ‘유령화’ 단계로 전락할 것이냐 아니면 역동성 있게 자체적으로 정주 여건을 완성해 나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다”며 “지역발전에 집중할 수장을 뽑아 장기 비전을 세워 실현해 나갈 능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로컬리즘은 민간의 참여로 완성된다. 전 교수는 “지역 발전 장기계획을 세운 지자체는 더 나아가 기업·대학교·시민단체 등 지역 내 민간 이해관계자를 포섭해 효율성을 획득해야 한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로 기업 등도 지역 문제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으니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