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4000m에 가라앉은 선체
그동안 전체 모습 촬영 어려워
3D로 새롭게 확인한 침몰 모습
주변의 파편·유류품도 그대로
“빙산 충돌 사고 규명에 도움”
역대 최악의 침몰참사로 꼽히며 영화로도 잘 알려진 ‘타이타닉’호의 심해 속 모습이 3D 이미지로 처음 구현됐다. 침몰 후 바다 속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타이타닉호는 처참한 부식 상태를 보이며 사고 당시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심해지도 제작업체인 마젤란사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실물 크기의 타이나닉호 심해 침몰 모습을 담은 3D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건조 당시 최고의 호화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는 첫 항해에 나선 뒤 1912년 4월 14일 북대서양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 침몰했다. 배가 침몰하면서 승객 2224명 중 1500여 명이 희생됐고 선체 잔해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가라앉았다.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수중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날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1985년 심해에서 침몰 상태의 타이타닉호가 처음 발견되면서부터 이 배를 둘러싼 탐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당시로써는 초대형에 여객선에 속할 만큼 선체가 크다는 점을 비롯해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 카메라 촬영이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전체적인 선박의 모습은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마젤란사는 3D 스캔 기술을 이용해 이런 한계를 벗어났다. 마젤란사와 이번 탐사 프로젝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은 지난해 약 200시간에 걸쳐 타이타닉호 전체를 3D 스캔했다. 전문가들이 원격 제어한 잠수정이 심해 모든 각도에서 70만 개 이상의 타이타닉호 이미지를 촬영한 뒤 3D 이미지로 실물 모습을 정확히 구현해 낸 것이다. 탐사 계획을 주도한 마젤란 사의 게르하르트 세이퍼트는 “이번 탐사가 그동안 수행한 수중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수심 4000m 자체로 (탐사가) 어려운 도전인데 현장엔 해류도 있다. 또 난파선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무엇도 건드려선 안 됐다”고 설명했다.
3D 이미지에 나타난 타이타닉호의 침몰 모습은 처참했다. 선체는 선수(船首)와 선미(船尾)로 쪼개져 약 800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고, 선체 주변에는 파손된 잔해가 널려 있었다. 주변 잔해에선 여객선의 내부를 화려하게 꾸몄을 금속 공예품과 조각상, 마개를 따지 않은 샴페인 병도 발견됐다. 당시 탑승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들도 가라 앉아 있었다.
수년간 타이타닉호를 연구해 온 파크스 스티븐슨은 BBC에 “잠수정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타이타닉호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놀랐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타이타닉호 사고를 ‘추측’이 아닌 ‘증거’에 기반해 연구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스티븐슨은 “타이타닉호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빙산에 부딪힌 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3D 이미지를 연구하면 1912년 그 운명적인 밤에 타이타닉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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