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7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연설 중 한국어로 ‘환갑’을 거론하며 양국 수교 6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약 30분간 “캐나다는 한류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다”와 같은 ‘방문국 배려형 수사’로 감동적인 연설을 선사했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총리 시절인 1973년 주한 캐나다대사관을 개설했고, 당시 한국대사의 아들이 자신의 선임 정책 자문관을 맡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환담에선 키 차이를 맞추고자 다리를 벌리고 사진 촬영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배려로 무장한 트뤼도 총리에게 정작 우리 국회는 ‘노쇼(No-Show)’로 화답했다. 외국 정상의 국회 연설이 6년 만임에도 이날 연설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는 의원 300명 중 절반이 조금 넘은 160여 명만이 참석했다.
지난해 4월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에 지지를 호소하고자 화상으로 한국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으나 당시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는 60여 명만 참석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면 너머로 회의장의 나머지 240석이 공석인 장면을 직접 목도해야 했다. 당시 일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보기 위해 총리를 비롯해 500여 명의 중·참의원이 참석했다.
캐나다는 6·25전쟁 당시 2만7000명의 젊은이를 파병한 오랜 우방이다. 오늘날에는 우리의 제조기술과 캐나다의 광물 시너지를 통해 경제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할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런 우방국의 총리 앞에서 우리 국회는 스스로 품격을 저버리고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다.
우리 의원들도 이제는 10대 강국 위상에 맞는 품격을 스스로 갖출 때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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