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서재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은 오늘날 시대를 관통하는 격언이다. 이에 대해 “왜요?”라고 되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상 우리 사회에서 ‘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오직 ‘정상적’이고 ‘번듯한’ 일만이 일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비정규직이나 단순반복노동, 성산업, 돌봄노동 등은 제대로 된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용주들은 성실하고, 적극적이고, 집단의 규범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른바 ‘정상성’을 갖춘 노동자를 원한다. 기계의 부품처럼 규격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그러면서도 보기 좋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춘 건실한 노동자.
문제는 이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나이가 들어서, 때로는 돈을 벌지 못해서, 때로는 병이 들어서, 때로는 장애가 있어서, 때로는 규범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우리는 끝없이 ‘정상’의 범주에서 밀려난다. 가까스로 머무른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분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쇠락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태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사회, 노력과 별개로 우수한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사회, 그 과정에서 규범에 맞는 역할극 또한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사회. 하나의 작업에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들 하지만, 정상성이 요구하는 장벽 탓에 전문가가 되는 대신 ‘미쳐 버리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일할 자격’은 이처럼 그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우리 사회 ‘정상적인’ 노동의 기준이 얼마나 협소한지를 돌아보고, 그러한 노동의 자격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책이다. 인문학자이자 르포 작가로서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하는” 저자 희정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노동이다. 그는 주변에서 의지가 박약하다고 여겨지는 청년들과 비혼 또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그릇된 선택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 정신질환을 겪는 직장인들, 노년의 돌봄노동자들, 과체중 노동자들, 보충역과 군 면제자들을 차례로 인터뷰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일할 자격’을 탐구한다.
‘낙인찍힌 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우치며 노동에 대한 개념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그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할 자격’을 박탈당한 주변의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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