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얼마 전, 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장수 기업인 독일의 머크 라이프사이언스(머크)와 한국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머크는 1668년 독일의 다름슈타트에 있던 천사약국(Engel-Apotheke)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자 소재, 생명과학, 헬스케어를 아우르며 전 세계 66개국에서 6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각지에서 투자 러브콜을 받는 머크가 아·태 지역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거점으로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 이 질문에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머크의 마티아스 하인젤 최고경영자(CEO)는 “뛰어난 제조 역량과 인적자원은 물론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한국이야말로 머크의 혁신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투자처”라고 대답했다.

필자가 다양한 계기에 외국인 투자기업 CEO들과 직접 만나 보니,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혁신성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투자 협력 의지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미국 국빈방문 기간에 대통령과 함께 만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와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CEO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우수한 제조업 기반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거대 시장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많은 투자가가 글로벌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중단 없이 생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처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투자 환경에 힘입어 외국인의 우리나라 투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 사상 최초로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는 1962년 유럽의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가 아세아자동차에 투자한 300만 달러(40억 원)를 시작으로 초기 산업 육성과 선진 기술 도입, 1997년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 등에 기여하며 국내 경제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에는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준 덕분에 이번 방미 기간 수소·반도체·첨단소재·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59억 달러(7조8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국내 주력 산업의 공급망을 확충하고, 미래 유망 산업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마음껏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가 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나아가 정부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외국인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노동·환경·금융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투자의 핵심 결정 요인이라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머크가 작은 천사약국에서 시작해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정부는 한국을 허브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도전을 힘껏 지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 투자특국(特國)으로 도약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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