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년을 맞은 강원 춘천의 레고랜드가 최근 ‘누적 입장객 숫자 100만 명 돌파’ 기록을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10개 레고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입장객 숫자를 공개한 겁니다. ‘누적 입장객이 100만 단위로 늘어날 때마다’ 숫자를 공개하기로 해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장객 수 공개를 결정했던 건 지역경제 부양 효과를 이끌지 못한다는 지역 여론의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입장객 숫자를 공개하자마자 레고랜드는 ‘방문객 반 토막’이란 집중 질타를 받았습니다. 강원도와 춘천시가 공언했던 ‘연간 입장객 200만 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연간 200만 명’은 레고랜드가 말한 것도 아니었고, 지자체가 그 얘기를 처음 꺼냈던 때는 ‘코로나19’의 변수가 없었던 때였습니다. 입장객 예측 당시 계획한 부지면적보다 실제 면적이 축소됐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요. 어찌 됐건 코로나19의 와중에 문을 열어 분투했던 레고랜드는, 질타가 적잖이 서운했을 듯합니다.

레고랜드는 그간 여러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조성부지에서 유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벌어진 유적지 훼손 논란부터,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 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신용도 폭락사태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줄을 이었습니다. 중도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선사 유적공원은 아직 착공도 못 했고, 컨벤션센터 건립계획은 사실상 무산됐으며 검찰은 레고랜드 조성 과정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은 레고랜드 책임이 아닙니다만, 이런 시비로 인해 레고랜드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습니다.

이미지를 흐리는 건 이뿐만 아닙니다. 주말·휴일이면 레고랜드 인근 제방 도로는 무단 주차 차량으로 가득 찹니다. 주차질서가 문란해지고 행인 안전까지 위협하자 레고랜드는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였는데, 이게 또 ‘갑질’이란 비난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제방 도로 주차단속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 소관이라는 겁니다. 레고랜드로 가는 길에는 중도개발 반대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현수막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부터 레고랜드를 ‘사형장’이나 ‘수용소’로 비유하는 문구가 난무합니다.

이쯤 되면 한쪽으로는 입장객 유치 부진을 질타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훼방’을 놓는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즈음 레고랜드에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레고랜드를 ‘중심상권 붕괴의 주범’으로 지목한 상인들이 입장객을 시내로 실어나르는 무료 ‘닭갈비 셔틀버스’를 운영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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