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커플이 혼인신고를 마친 뒤 정부에서 발행하는 결혼증을 받고 있다. 칭녠왕 캡처
중국의 한 커플이 혼인신고를 마친 뒤 정부에서 발행하는 결혼증을 받고 있다. 칭녠왕 캡처


中 결혼대목 ‘5월 20일’에 혼인신고 폭주
당국 야근까지 불사하며 업무 수행 지시
주말 이유로 업무 거부엔 네티즌들 ‘분노’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매년 5월 20일과 21일은 중국의 ‘결혼 대목’이다. 숫자 520과 521의 중국어 발음 ‘우얼링’(五)과 ‘우얼이’가 ‘사랑해’라는 중국어 ‘워아이니’(我愛<人+이> )와 비슷하게 읽혀서 중국 연인들 사이에 고백을 하는 기념일로 자리잡았기 때문. 혼인신고를 통해 결혼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중국인들은 결혼증에 적힐 기념일을 이처럼 특별한 날에 맞추기를 선호한다. 매년 중국의 혼인등기소는 이 특별한 날 혼인신고를 위해 찾아오는 커플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미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시 등지의 혼인등기소는 이날 사전예약이 꽉 차서 많은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간쑤(甘肅)성 톈수이(天水) 시 친저우(秦州)구는 올해 5월 20일과 21일 혼인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20일이 관공서가 쉬는 토·일요일인 만큼 혼인신고 업무를 받지 않을 것이며 이날 발급되는 모든 결혼증명서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역의 수많은 관공서가 이날 ‘특별근무’는 물론 ‘야근’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비되는 행동이다. 관련 게시글 등에는 엄청난 비판글이 달렸고, 시는 물론 성에까지 비판 여론이 올라갔다. 결국 간쑤 성(省) 민정청은 ‘20일부터 21일까지 성 전체 혼인신고기관의 혼인신고 업무 정상개시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며 성 전체 혼인등록처가 이틀간 혼인신고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라고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은 18일 거주 지역에서만 혼인신고가 가능했던 기존 방식 대신 중국 내 21개 성 어디서든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비교적 경직돼 있던 중국 관공서가 시민들 반발에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는 데는, 중국의 낮은 결혼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출산율을 올리자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혼의 감소는 출산의 저하로도 이어져 중국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인구 발전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관련된 대사(大事)”라며 “반드시 인구 전체의 소양과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품질의 인구 발전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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