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MCA ‘박주환 컬렉션’서 만난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
이상범 ‘초동’·장운상 ‘한일’등
부친 생전 수집작 90여점 선봬
허백련 등 근대화가 6인 걸작선
변관식 화풍 이루기 전 작품도
기증문화 척박했던 1970년대
국가에 걸작 희사해 후대 귀감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박우홍(72) 동산방화랑 대표는 지난 16일 이렇게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에서 18일 개막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미리 살펴보는 자리에서였다. 이번 전시는 박주환 동산방 창립자가 생전 수집한 작품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이는 것이다. 유족이 2021년과 2022년에 국가에 기증한 컬렉션 209점 중에서 골랐다. 박주환이 1977년 당시 창립 초기였던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한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의 ‘초동(初冬·1926)’도 함께 전시했다.
장남 박 대표의 말대로 박주환은 ‘먹고 살기 위해’ 화상(畵商) 일을 시작했는데, 평생 한국화 발전의 벗바리 역할을 하며 우리 미술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1961년에 창립한 표구사 동산방과 1974년 출발한 동명의 화랑이 그 기지였다. 그는 한국화랑협회 창립 멤버로 제2대, 제6대 회장을 지냈다. 그에 이어서 동산방을 꾸려온 박 대표도 제17대 화랑협회장을 맡아서 최초의 부자(父子) 회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은 기증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앞서 미술계 거목이었던 박주환의 수집품이 국가에 기증됐다는 사실은 그 메시지가 크다. 기증 문화가 척박했던 1970년대에 이미 국가에 청전의 걸작을 희사한 부친의 정신을 후대가 받들었다는 것도 귀감이다.
이번 전시 기획자인 윤소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한국화 흐름을 시대별로 살필 수 있도록 5부로 나눠 꾸몄다”고 했다.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부터 유근택(58)까지 작가 57인의 작품을 두루 만나는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다. 이른바 근대 한국화 6대가(大家), 즉 청전을 포함한 의제(毅齋) 허백련(1891~1977),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 심산(心汕) 노수현(1899~1978),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 심향(深香) 박승무(1893~1980) 등의 작품을 다 볼 수 있다. 소정 등이 자기 화풍을 이루기 전의 과도기 필치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리이기도 하다.
청전과 그의 제자 청계(靑谿) 정종여(1914~1984), 그리고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이 함께 그린 ‘송하인물(松下人物·1949)’은 광복 이후 예술가들의 합작 문화를 헤아리게 한다. 세 작가가 자신이 맡아서 그리거나 쓴 부분에 찍어 놓은 낙관을 서화 속에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가로 268.5㎝에 달하는 목불(木佛) 장운상(1926∼1982)의 ‘한일(閑日·1972)’ 등 대작도 다수 있다. 산정(山丁) 서세옥(1929~2020)의 ‘도약(1996)’ 등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진화하는 한국화의 새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는 동산방화랑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자료를 비치했다. 작가에 따라 다르게 꾸몄던 표구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내년 2월 24일까지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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