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리더십 -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법률 자문서 혁신 선봉으로
쿠팡에 제기된 택배사 소송전
승리 이끌면서 역량 인정 받아
2020년 대표 취임후 ‘물류혁신’
작년 하반기부터 3분기째 흑자

소통·상생의 ‘제1 경영철학’
무리한 이익추구 대신 고객 감동
소상공인 수출절차 대행 등 지원
고용도 적극… 6만5000명 채용


한국의 우버라 촉망받았던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 ‘타다’는 정치권, 택시업계의 압박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9년 타다의 경영진이었던 이재웅, 박재욱 대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오랜 시간 재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타다는 현재 쿠팡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한승(55·사진) 변호사가 이끌던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혁신의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신구 산업 사이의 갈등, 규제에 맞서야 하는 신생 기업들의 생생한 현실을 목격했다. 우리나라 1호 유니콘 기업이자 대표 유통 기업이 된 쿠팡의 성공 신화에는 강 대표의 이런 이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20년 10월 강 대표 취임 이후 쿠팡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물류 혁신’이다. 강 대표의 주도로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약 6조2000억 원을 투자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준공한 대구 풀필먼트 센터 건립에만 3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e커머스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화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해 알아서 돌아가는 ‘플라이휠’을 구축하는 것인데, 쿠팡은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을 통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줄여 비용을 크게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쿠팡의 물류 현장은 AI 알고리즘과 자동화 로봇기술을 결합한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유통시장 둔화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올 1분기 7조4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동기대비 20% 성장을 기록했다.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올해 3개월 만에 90만 명이 새로 추가되면서 1900만 명을 넘어섰다.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나게 된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군이 더욱 확장됐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판매자의 상품도 쿠팡의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해 당일, 익일에 배송받을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배송 캠프를 방문해 직원인 ‘쿠친(쿠팡친구)’을 응원하고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배송 캠프를 방문해 직원인 ‘쿠친(쿠팡친구)’을 응원하고 있다.


◇‘쿠팡을 가장 잘 아는 외부인’에서 최고 경영인으로 = 강 대표는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 30년 가까이 법조인으로 활약하다가 전문 경영인이 된 법률가 출신 CEO다. 국회 파견,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으로 근무하며 입법과 외교, 행정을 경험하고 정무 감각까지 겸비한 ‘팔방미인형 법조인’이 그의 모습이었다. 200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언론전담 재판부가 신설될 때 초대 판사를 맡아 언론 관련 사건을 전담하기도 했다. 다양한 언론 분야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경영인으로서의 갖춰야 할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이다. 강 대표는 2013년부터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타다를 포함한 여러 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쿠팡도 강 대표에게 수시로 법률 자문을 했다고 한다. 특히 2017년 쿠팡의 ‘로켓배송’에 위협을 느낀 대형 택배사들이 쿠팡에 소송을 걸면서 강 대표는 쿠팡의 법률 대리인으로 소송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승소한 강 대표는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쿠팡 내부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강 대표는 ‘쿠팡을 가장 잘 아는 외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에 오른 후에도 그는 법률가 출신답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경영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감동 상생이 쿠팡 생존” = 강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쿠팡의 기본 전략이자 사업 모델”이라고 자주 언급해왔다. 신생 기업 중 갑자기 규모가 커진 곳은 무리하게 이익을 거두려다 사회적인 비판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많은 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으며 이런 점을 목격해 온 강 대표가 ‘상생’을 제1 경영 철학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은 소상공인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약 76%가 소상공인 제품이며,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은 16만 명에 달한다.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의 매출성장은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쿠팡은 소상공인들의 수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쿠팡이 알아서 통관, 해외배송 등 수출 절차를 대행해 국내 소상공인들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판로를 마련해주고 있다. 최근 진출한 대만에서 쿠팡은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식품과 가전·생활용품·뷰티·유아용품 등 다양한 부문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쿠팡의 ‘로켓’을 타고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통념 깬 투자가 맺은 ‘일자리 결실’, 기업 위상도 바꿔 = “디지털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통념을 깬 쿠팡의 투자가 고용,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지난해 9월 열린 ‘대한민국 디지털 도약 전략 발표식’에서 민간기업 발표자로 나서 회사의 디지털 역량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쿠팡은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고용 기업이다. 직원 수는 6만5000명에 달한다. 쿠팡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5년까지 5만 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지방 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발간한 ‘2022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의 청년(19∼34세) 인력은 2019년 9371명에서 2021년 2만6656명으로 늘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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