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전사자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오른쪽 두 번째) 여사가 지난 19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열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에서 자신이 “서해 바다를 지켜달라”며 기증한 ‘3·26 기관총’을 어루만지며 옆에 있는 해군 장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민광기 씨 제공
천안함 전사자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오른쪽 두 번째) 여사가 지난 19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열린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826) 취역식에서 자신이 “서해 바다를 지켜달라”며 기증한 ‘3·26 기관총’을 어루만지며 옆에 있는 해군 장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민광기 씨 제공


■ 부활한 새 천안함에 오른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유족 보상금과 성금 등 기부
1억으로 3·26기관총 제작·탑재
“46용사가 희생한 천안함 사건
교과서 실리는 게 마지막 소원”


“천안함은 돌아왔는데 내 아들 평기는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마음이 서글픕니다. 그래도 천안함이 더 크고 더 넓고 좋은 모습으로 부활해 마음이 놓여요.”

13년 전 북한의 폭침으로 두 동강 난 초계함 ‘천안함(PCC-772)’에서 전사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80) 씨가 지난 19일 신형 호위함으로 거듭난 ‘천안함(FFG-826)’ 취역식에 참석해 생전의 아들을 떠올렸다.

윤 씨는 이날 경남 진해 군항에서 새 천안함에 승선해 자신의 성금으로 도입한 ‘3·26 기관총’을 어루만지며 “평기야, 네가 죽어서도 서해 수호 임무를 수행하는구나”라고 말했다. 3·26 기관총은 윤 씨가 “바다를 지키는 데 써 달라”며 유족 보상금 1억 원과 성금 등 총 1억898만8000원을 해군에 기부한 것과 군 예산을 더해 제작한 것이다.

취역식에 동행한 민 상사의 형 광기(43) 씨는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머니는 평기는 돌아오지 못하지만 서해 수호신이 된 평기가 부활한 새 천안함과 같이 마지막 못다 한 임무까지 잘 수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하셨다”고 밝혔다. 윤 씨는 해군 장병들에게 “건강하게 무사하게 잘 근무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특별음악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 교과서 수록’을 재차 요구했다. 지난해 6월 ‘호국 영웅 초청 소통 식탁’ 행사에 이어 2번째다. 윤 씨는 “자라나는 세대들의 안보 정신을 고취하도록 천안함 사건이 꼭 교과서에 실리는 게 제 마지막 소원”이라며 “그래야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 있다. 또 그래야 평기한테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 씨는 “윤 대통령은 어머니와 악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민 씨는 “13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천안함 음모론’이 아직도 존재할 뿐 아니라 음모론을 퍼트린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명예를 지켜주지 못해 동생에게 미안하다”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46용사들을 모독하고 음해하는 음모론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이 나라 법정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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