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나비, 112 ×162㎝, 캔버스에 오일스틱, 아크릴 등, 2023.
이진희, 나비, 112 ×162㎝, 캔버스에 오일스틱, 아크릴 등, 2023.


이재언 미술평론가

종종 세상 돌아가는 일이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맞지 않은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 ‘오염수는 안전하다. 그러므로 바다로 버려도 된다’는 이웃 나라의 주장이 그렇다. 문제가 없는 자원이면 재활용해서 쓰는 것이 정상 아닌가. 누가 봐도 명확한 사안을 궤변으로 얼렁뚱땅 얼버무리면 그만인가.

냉소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것저것 얼버무려서 좋은 결과를 얻을 만한 것은 화가 이진희의 그림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세계의 혼돈과 불확실성은 곧 불안이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메타포가 돼 선한 정서를 순환시킨다. 화면엔 비바체의 선율 속에 방울 같은 원들이 분자처럼 이합집산한다. 그 흐름 속에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교차한다.

화면은 대립적 요소나 개념들이 오고 가는 플랫폼이다. 혼돈과 질서, 운동과 정지, 생성과 소멸, 현실과 꿈, 정형과 비정형…. 명제가 말하는 ‘나비’를 육안으로 찾는 것은 좀 수고스러운 일 같다. 떼 지어 나는 몽환적 모습 등의 상상력이 좀 필요할 뿐이다. 도형과의 숨바꼭질이 아니어도, 생동하는 리듬,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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