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7) ‘망국병’ 수준 인구 감소
전문가, 중·장기 대책 제언
“고소득 여성일수록 출산 꺼려
‘외인 도우미 비자’ 등 도입을”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데도 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부모 급여와 아동수당 등 단기적 현금 지원에만 돈을 쏟아부었다는 것으로,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가 중·장기적인 인프라 확충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3년 연속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보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양육 환경부터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남녀 간 양육 투입 시간이 큰 차이를 보이는 양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소득 여성일수록 장기간 근무를 위해 육아를 외부에 위탁하게 되면서 추가 출산을 꺼리게 되는 경향이 높다는 것. 실제로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학술지 ‘여성경제연구’(2019년 1월·제15집 제4호)에 기고한 ‘맞벌이 가구의 시간 배분에 관한 분석’에서 “아내의 주중 노동시간이 길수록 남편의 육아시간이 감소하는데, 이는 아내가 자녀 돌봄을 외부에 위탁하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 중심의 현행 정책을 전환하고, 외부 위탁을 위한 인력을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석 교수는 24일 “합계출산율을 보면 소액의 선심성 현금 지원 대책은 효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싱가포르처럼 가사도우미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홍콩·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민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노동시장 개혁도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결혼을 촉진하고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떠난 여성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며 “일자리 창출에 재정을 투입해 청년과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문화 콘텐츠를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 함께 출산율 장려 캠페인에도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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