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빠리빵집’
동갑인 부모님과 친해져
서로를 이해하는 힐링극
‘더글로리’ 김건우 데뷔작
파티시에를 꿈꾸는 19살 성우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와 단둘이 서먹하게 살고 있다. 성우는 여름방학 동안 한 빵집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빵집에 출근한 첫날, 그곳에서 10대 어머니와 아버지를 마주치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지난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빠리빵집’이다. 뮤지컬은 30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19살의 부모님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따듯하게 그려낸 가족 힐링극이다. 성우는 ‘아버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하지 않은 것이 인생에서 유일한 후회’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기억하고 부모님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 계획을 준비한다. 자신과 동갑인 부모님과 친해지며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다소 진부하지만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교훈은 언제 들어도 우리 마음에 와 닿는다. 부모도 실은 부모 역할이 처음이라는 것, 자녀를 위해 희생한 꿈이 있다는 것을 동갑내기 친구가 된 아들이 가까이서 지켜보며 깨닫게 되는 과정도 감동을 더한다. 소설을 활용한 넘버도 인상적이다. 성우의 아버지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문장을 가져온 러브레터를 통해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넘버 ‘러브레터’의 가사엔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는 소설 속 구절이 쓰였다.
빠리빵집은 김한솔 작가, 김기연 작곡가를 중심으로 우란문화재단의 작품 개발 단계를 거치며 창작된 작품이다.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3일 동안 전 석 매진이란 성과를 낳았다. 코로나19로 정식 공연이 연기돼 이번에 초연 무대를 올렸다. 김한솔 작가는 뮤지컬 ‘라흐 헤스트’ ‘태양의 노래’ ‘크레이지 브레드’ 등을 썼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니진스키’ ‘용의자 X의 헌신’ 등에 참여한 연출가 정태영이 무대를 이끈다.
김한솔 작가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가가 되면 언젠가 꼭 쓰고 싶은 이야기였다”며 “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으셨다. 아버지 나이가 돼보니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겪으셨을까’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로 돌아가 아버지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손명오 역을 맡았던 배우 김건우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건우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더글로리’ 동료 배우들도 뮤지컬을 보러 오기로 했다”며 허허 웃었다. JTBC ‘팬텀싱어2’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 최우혁이 아들 ‘성우’를 연기한다. 고훈정, 김대곤, 조형균이 성우의 아버지 ‘영준’을, 한재아와 임예진이 성우의 어머니 ‘미연’을 맡았다. 빠리빵집의 사장 ‘주원’은 공민섭, 김승용이 연기한다. 공연은 다음 달 25일까지 이어진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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