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구(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수화통역사,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등 경제 6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구(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수화통역사,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등 경제 6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대재해처벌법 부작용 확산

원청대표 기소 11건에 달해
2건은 1심서 이미 유죄판결
안전회의 등 CEO 개입 줄여

내년부터 적용 50인 미만 중기
인력운용 부담에 ‘자포자기’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입법 초기 단계부터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그룹 오너, 원청 대표들에게까지 책임을 지우고 사법 처리하는 데 무게를 둔 법안이 2021년 1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 결과 지난해 법 시행 이후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는 실정이다. 산업 현장에선 오너의 처벌을 막기 위해 계열사나 하청업체 안전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외면하려는 태도가 확산하는 것이다.

‘안전 포기’ 기류에 불을 붙인 것은 역설적으로 최근 검찰과 법원의 엄벌 기조였다. 지난 3월 31일 의정부지검은 계열사의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모 삼표그룹 회장을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4월 26일에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철강제조 공장에서 방열판에 깔려 하청 근로자가 숨진 사고로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4일 경영계에 따르면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A 그룹의 회장은 안전경영위원회를 주재하고 불시에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해 안전 관련 지시를 내리던 노력을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이처럼 방침을 바꾼 것은 삼표그룹 회장이 기소된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업종 특성상 사고 발생이 잦기 때문에 회장이 얽혀 처벌받을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A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안전에 신경을 쓸수록 회장이 중처법 처벌 대상이 될 우려만 커지는 것 같다”며 “이제는 계열사 안전 문제를 계열사 대표가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장·유통업 등을 하는 B 그룹도 “회장이 처벌받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안전 문제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는 법무팀장의 조언에 따라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위반 혐의로 대표이사 및 회장을 기소한 16건 가운데 하청업체 임직원이 당한 사고로 원청 대표이사를 기소한 사건은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건은 이미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왔다. 이달 들어서도 부산에서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로 인한 검찰의 원청 대표 기소가 1건 이뤄졌다.

내년 1월 27일부터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자포자기 상태다. 전국에 50인 미만 사업장은 60만 개 이상에 달한다. 중소 제조업체 C사 대표는 “생산인력도 모자라서 바쁠 때는 대표까지 발로 뛰며 일하는데, 안전관리 전문 인력을 따로 채용할 여력이 있겠느냐”며 “게다가 안전관리자도 급여·처우가 유리한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뽑으려 해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처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컸다. D 중소기업 임원은 “근로자들에게 위험하면 설비 작동을 멈추라고 해도 듣지 않아, 자동으로 멈추도록 60개 설비 모두에 센서를 달았다”며 “그랬더니 근로자가 임의로 코드를 뽑고 일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성훈·최준영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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