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은 초우량서 ‘갈아타기’ AA등급 회사채 순발행 5.8조 AAA등급 9100억보다 6.4배↑ 작년 발행액 마이너스와 대조 신용등급 하향 위험 주의해야
회사채 시장에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AAA등급 회사채로의 수요 쏠림이 나타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AA등급 회사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초우량물보다 조금이라도 금리 매력이 높은 우량물로 갈아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신용등급 하향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와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3일까지 AA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약 5조8000억 원으로 AAA등급 발행액(9100억 원)보다 6.37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A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도 8000억 원이었다.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으로 AA등급 이하 기업들이 차환 대신 상환에 나섰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AA등급과 A등급의 순발행 금액은 -4조4000억 원, -6조 원으로 모두 마이너스였다. 발행된 채권보다 상환된 물량이 더 많으면 순발행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AAA등급 회사채의 월평균 순발행 금액은 1800억 원 정도로 지난해 월평균 발행 규모인 30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초우량물과 우량물 간 ‘수요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서 AAA등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금리가 좀 더 높은 하위 등급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2일 기준 AAA등급 회사채 금리는 3.9%, AA등급은 4.0%, A등급은 4.06%다.
주가 폭락 사태를 겪은 삼천리가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A+인 삼천리는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4배 이상인 6850억 원 규모로 주문을 받았다. 주가가 4분의 1 토막이 나는 부정적 이슈에도 양호한 기업 신용도와 실적 덕분에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AAA 미만 등급 회사채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침체, 기업실적 저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사 등급 하향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등급 전망 하향 업체 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하반기 자본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의 금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우려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로 조달했던 기존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 A등급 이하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