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당 8000달러… 한달새 11%↓ 현물·선물 가격차 17년만 최고 리오프닝 실망… 국제 수요 급감
산업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글로벌 수요 감소로 급락하고 있다. t당 가격이 8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고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가 17년 만에 최고치로 벌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의 암울한 침체 전망에 세계 경제 규모 2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실망감이 맞물려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FT가 런던금속거래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t당 9300달러 선까지 거래되던 구리 가격은 한 달 사이 11% 하락하며 8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구리의 현물 가격이 3개월 인도분 선물 가격보다 66달러나 낮게 거래됐다. 이 같은 선물 대비 현물의 가격 차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그만큼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원자재 시장에서 현물 가격은 선물 가격보다 낮다. 미래에 약정한 날까지 재고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경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부족 또는 공급 과잉으로 저장 비용이 상승하면 현·선물 가격 차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구리가 현·선물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 그레이 비금속 애널리스트는 “구리 가격이 미국 달러, 중국 경제재개를 비롯한 거시경제적 요인보다 실물 수요의 약세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먼로 금속 전략가는 “구리 강세 시나리오는 중국의 경기 반등에 기반한 것이었는데 서방 국가들의 경기 침체로 인해 중국의 반등은 예상만큼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리 가격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내려 잡았다. 회사 측은 “불황을 반영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