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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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치료 등 차선 수단 있어"…대법원 지침·국회 특별법 마련 권고


성전환자의 성별을 정정할 때 법원이 성전환수술과 같은 외과적 처치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25일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대표는 법원이 성별정정을 신청한 성전환자에게 원치 않은 성전환수술을 받게 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2021년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대법원 예규인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는 성별정정 신청 사건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성전환수술의 결과 생식능력을 상실했는지 조사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일부 재판부가 이를 참고용이 아닌 허가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권위는 "개별 재판부가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문제는 사실상 재판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일부 재판부가 사무처리지침 제6조를 판단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별정정 신청자 개개인의 성전환수술이나 생식능력 제거 수술의 필요성·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정신과 진단, 호르몬 치료와 같은 차선 수단이 있음에도 신청인의 개별적인 상황을 평가하지 않고 외과적 처치를 요건으로 한다면 이는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대법원장에게 사무처리지침을 전반적으로 개정하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재판에서 인격권 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했다. 아울러 국회의장에게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한 요건·절차·방법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강한 기자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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