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를 방관하는 교도관, 화면 속 사람을 드론으로 쏴 살해하는 드론 전투원,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 요리 재료로 만드는 육류가공업체의 직원. 이들은 모두 ‘더티 워크’ 노동자다. 우리 사회 어디선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내가 하기엔 꺼려지는 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며 비판받는 ‘더러운 노동’.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이얼 프레스는 신작 ‘더티 워크’에서 이들을 21세기 미국의 ‘불가촉천민’이라 표현하며, 이들의 노동 현장을 찾아가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 이들에게 더티 워크를 떠맡긴 건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파고든다.
책은 교도관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주로 침체되고 척박한 촌구석에 사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는 데 집중한다. 이는 드론 전투원과 육류가공업체 직원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의 자원병 중 70%가 저소득층에 속하는 흑인 또는 라틴계고, 도축 노동자의 대부분을 저소득 이주민이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더티 워커가 폭력의 가해자이자 직접적인 방관자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문제 의식을 필수 노동의 작동 방식과 그 너머 사회구조에서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더티 워크는 정해진 숙명이 아니”라고. “살아 있는 인간들이 내린 구체적인 결정의 산물”이라고. 496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