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국인 관광객 12% 감소
“렌터카 비싸서 못 빌리겠다”
물가불만 8년새 29% → 53%
코로나 이후 ‘짧은 특수’ 끝
내국인, 日 · 동남아로 발 돌려
제주도엔 외국인 관광객들만
“제주 렌터카 가격은 비트코인입니까?” “제주 와서 바가지 때문에 너무 실망하고 갑니다.”(제주도 신문고 게시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국내 ‘관광 1번지’로 꼽혔던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제주 관광·호텔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제주는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일본·동남아 등 국가들이 빗장을 풀면서 제주 대신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늘자 타격을 받고 있다. 제주의 렌터카와 숙박, 음식 등 요금이 다른 관광지와 견줘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불만이 8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제주 관광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제주 관광객들의 불만을 계기로 제주 관광·서비스 산업을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제주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총 94만24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1250명)보다 약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주 내국인 관광객은 90만5264명으로 전년 동기(103만7608명) 대비 12.8% 줄었다. 5월 첫 연휴였던 어린이날 연휴(4∼7일)에는 애초 17만 명가량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폭우·강풍 등 궂은 날씨로 11만2000여 명에 그쳤다.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부처님오신날(27∼29일) 연휴에도 총 16만2000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만1610명)과 비교하면 10.8% 줄어든 규모다.

제주의 높은 물가가 부담스럽다는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관광객 실태자료를 보면 제주 방문객 중 ‘높은 물가’를 불만으로 뽑은 비중은 지난 2014년 29%에서 지난해 53.4%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고물가에 대한 불만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함(12.1%)’ ‘쇼핑 품목이 다양하지 못함(11.1%)’이 뒤를 이었다. 관광 항목별 만족도 조사에서도 ‘여행 경비’는 5점 만점에 3.16점으로 다른 항목보다 점수가 가장 낮았다. 일각에서는 제주와 다른 국내외 관광지의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관광물가지수’를 개발해 관광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를 계기로 지역 관광·서비스 산업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연구원은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데이터로 보는 제주관광의 동향과 이슈’ 주제 발표에서 “제주 관광객과 업계에 객관적인 물가 정보를 제공하고, 세부 업종별로 물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도내 관광 관련 부서와 지역 경제단체 등이 참여해 전방위적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제주 관광·호텔업계는 국내 관광객들의 빈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우기 위해 총력 마케팅에 나섰다. 이달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3만7165명(25일 누적 기준)으로 4월(3만2940명), 3월(2만1405명)보다 늘었다. 다음 달부터는 제주와 중국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베이징(北京)을 잇는 항공 직항 노선이 주 44회에서 112회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을 태운 호화 크루즈선 입항도 이어지는 등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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