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찰위성 서해로 추락
PSI 해양훈련 맞불 의식한 듯
태풍 북상 감안했을 가능성도
발사한지 수분만에 동력상실
ICBM 기술적 성숙도 의구심
北, 이례적 빠른 실패 인정
“정상국가 이미지 과시 의도”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실패한 것은 ‘기술적 충실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 결함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2호 태풍 ‘마와르’의 북상,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기념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등 주변 환경과 타이밍을 지나치게 고려해 발사를 서둘렀다는 지적이다. 이날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 도발은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발사’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기술의 완성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인공위성은 기술적으로 같은 ‘표리일체’인데, 로켓의 단 분리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점은 탄도미사일 전반의 기술적 성숙도에 의구심을 던지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 총장은 북한의 빠른 실패 인정에 대해선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동시에, 실패 요인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조만간 다시 발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천리마-1형(위성운반로켓) 공중폭발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계단 발동기(로켓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이례적으로 발사 실패를 일찍 인정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어청도 상공에서 비행 궤도를 이탈한 것은 발사한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단 분리에 실패해 동력을 상실한 것”이라며 “7년 만의 발사였고, 당초 4월 중 발사를 예고했다가 한 달을 넘긴 것은 기술적 충실도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원장은 북한이 발사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태풍이 큰 변수였다”며 “태풍과 맞물리는 상황을 피하고,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예고도 했으니 위성 발사로 정면 대응하려다가 기술적 결함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어 “리 부위원장 등이 큰 질타를 받을 수 있지만,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빠르게 결함을 찾아내 재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단 분리 성공 후 2단 로켓 고공 엔진 점화 실패 등 비정상 시동으로 인해 점화 및 연소 실패로 추진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1단 로켓과 2·3단 추진체 및 탑재 위성 등 동체가 모두 예상 낙하지점 인근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할 정도의 충분한 지상 연소시험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조재연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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