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
박정희 반려견 방울이 스케치
김영삼 새벽 조깅때 신은 신발
노무현 특허 받은 개량 독서대
역대 대통령 11명 소품 한자리
인간적 고뇌 고스란히 느껴져
이승만의 ‘영문 타자기’, 박정희의 ‘반려견 스케치’, 김영삼의 ‘조깅화’, 노무현의 ‘독서대’…. 한국의 역대 대통령 11명의 상징 소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고 권력의 정상에서 그들이 겪었던 인간적 고뇌와 정치적 결단의 순간을 되새기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개막했다.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역대 대통령들의 생애 기록을 담은 다채로운 소품과 자료들을 공개한다.
우선 본관 전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에서 시작한다. 이 타자기는 독립운동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1953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비밀리에 협상할 때도 이 대통령은 직접 타자를 쳐서 문서를 작성했다. 그의 외교 비사에서 타자기는 꼭 있어야 할 조역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는 그가 그림에 일가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교직 필수 과목인 음악, 서예, 미술 공부를 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니며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 계획안은 매우 정밀하다. 구미 생가, 동해안 풍경 등을 그렸던 그는 반려견 방울이의 귀여움도 스케치로 포착했다. 강인한 지도자인 그의 내면에 부드러움이 숨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퉁소’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려준다. 부친의 유품인 퉁소를 불며 그리움을 달랜 감수성은 6공화국 정치에서 유연성으로 구현됐다.
이번 전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도 보여준다. 그는 새벽 조깅을 하며 건강을 다지고 국정의 고뇌를 달랬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는 날에는 그의 조깅 속도가 평소보다 두 배 빨랐다고 한다. 전격 발표의 긴장을 속도로 해소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동초(忍冬草)’라는 별호답게 각종 시련을 이겨냈는데, 독서와 꽃가꾸기가 인내의 비결이었다. 이번 전시에 그의 ‘전지가위’가 등장한 이유이다. 가위로 꽃을 가꾸며 정치 공간을 설계한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 전직 대통령 4명을 불러서 정치 화합을 실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가 존경했던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특허 보유자이다. 사법고시 준비 시절 각도 조절이 가능한 ‘개량 독서대’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청와대 시절엔 온라인 통합관리시스템 ‘e-지원(知園)’을 개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독서대를 통해 그의 도전 정신을 되새겨본다.
이 밖에 윤보선 전 대통령은 청와대 옛 본관 기와와 함께 소개된다. 1공화국의 ‘경무대(景武臺)’가 사라지고 ‘청와대(靑瓦臺)’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연탄 난로’는 자택에 있던 것으로, 그의 검소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축구공’,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전거 헬멧’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품은 서적 ‘나의 어머니 육영수’이다.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지기 위해 애썼던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역대 대통령들의 가족과 측근들이 적극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씨를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의 아들(박지만, 윤상구, 노재현, 김현철, 김홍업 씨 등)이 전시 취지에 공감하며 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이번 전시에 독서대 2개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품과 자료는 이번에 전시하지 못했다. 문체부는 “문 전 대통령 측에 여러 경로로 문의했으나 보내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라며 “이번 전시는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 전시 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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