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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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놀이터에 어제부터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안색이 창백하고 저체온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경찰은 119대원과 A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중 목 폴라티 속에 감춰진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목에 감긴 쇠사슬이었다. 1m 길이 쇠사슬은 A 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있어 결국 119대원들이 절단해야 했다.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간 A 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듯한 상처도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 씨가 60대인 형 B 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A 씨는 "형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신원 인도를 극구 거부했다. 폭행 등의 용의자로 B 씨를 의심한 경찰은 주소를 수소문해 B 씨를 만나 임의동행했다. B 씨는 동생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50대 남성 A 씨와 그의 형 60대 B 씨는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B 씨가 폐지를 주워 판 돈이었다. A 씨는 오래전부터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알콜 중독 상태로 노숙하며 살았다.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술만 마시고 사고를 치는 동생에게 화가 난 B 씨가 동생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매질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동생을 폭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사정을 들은 경찰 측은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A 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하고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가족에게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주목해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곽선미 기자
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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