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쌍끌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엄정화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쌍끌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엄정화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드라마 ‘닥터 차정숙’으로 다시 전성기 맞은 엄정화

의사면허만 있는 20년 현모양처
경력단절 딛고 참된의사 성장기
공감 얻으며 시청률 18.5% 기록

예능프로‘댄스가수 유랑단’에선
26살 어린 ‘화사’와도 케미자랑
MZ팬까지 사로잡으며 세대통합

“새로운 시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록보다 한 걸음 전진에 집중”


“저는 ‘기록’을 쓰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가수 겸 배우 엄정화(54)는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에 이같이 응수했다. 그가 타이틀 롤을 맡은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18.5%)을 기록했고, 김태호 PD와 손잡은 tvN ‘댄스가수 유랑단’으로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까지 사로잡으며 세대 통합을 일궜다.

지난 1일 서울 청담동의 소속사에서 만난 엄정화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특유의 반달 눈매를 지으며 “너무 좋죠”를 연발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시기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뿐”이라고 차분하게 소신을 밝혔다.

엄정화의 이런 마음가짐은 ‘닥터 차정숙’의 행보와 일치한다. 의사면허를 가졌으나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20년 경력단절을 감수한 차정숙이 뒤늦게 참된 의사의 길을 걸으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돼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공감과 쾌감을 안겼다. 영화 ‘은교’에서 노작가가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했듯, “나이가 많다고 실수까지 무능으로 취급받는 건 억울하다” “젊은 친구들이 잘못하면 실수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 못하면 무능인 거야”라는 차정숙의 대사는 엄정화가 꼽는 ‘닥터 차정숙’의 화룡점정이다.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은 20년의 경력단절을 겪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다.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은 20년의 경력단절을 겪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며 “급성간염에 걸린 차정숙이 간이식 후 제2의 삶을 살듯, 저도 비슷한 경험(그는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을 한 적이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은 어떤 심정일지 고민했고, 적어도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 촬영 현장의 맏언니로 항상 후배들을 살폈다. 촬영 현장에서 감정 연기를 어려워하는 아역배우를 엄정화가 10초간 꼭 끌어안은 후 그 아이가 눈물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화제였다. “같이 하는 배우들이 보내는 무언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는 엄정화는 고 김주혁을 떠올리며 “내겐 김주혁이 그런 존재였다. 촬영 중 내 손을 꼭 잡아줬다. 그렇게 진심이 느껴지는 터치를 받으면 위로가 된다”며 빙긋 웃었다.

엄정화는 1990년대 데뷔 후 2000, 2010, 2020년대를 풍미했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주인공이다. 그 비결을 묻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운을 뗀 후 “저는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고집을 부렸다면 오래 활동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결국 운이 좋았던 것이 가장 큰 비결 아닐까?”라고 엄살을 부렸다.

‘꼰대’를 거부하는 것도 엄정화가 세대를 초월해 선택받는 이유다. 그는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이효리, 보아, 화사 등 후배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막내 화사와는 26년이라는 간극을 지우며 소통한다. 그는 “후배들의 멋진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그런 자극은 가끔 괴로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그런 자극을 통해 내게 또 다른 길이 열린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차정숙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는 엄정화. 이는 엄정화를 향한 응원이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직접 체험할 시기에 닿은 엄정화. 포기하지 않은 차정숙처럼,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은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주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전성기라는 말이 행복한데 쉽게 믿어지진 않는다. 일단 축하하고, 여태까지 꿈을 좇아서 열심히 잘 살았던 네게 박수를 보낼게. 다른 생각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 시작하기 늦은 나이란 없으니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