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성악가인 바리톤 김태한(22) 씨가 세계 성악 역사를 새로 썼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그는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로 K-클래식의 세계 위상도 드높였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최연소이면서,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은 순수 국내파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크다.

쇼팽·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1988년 신설된 성악 부문에서 소프라노 홍혜란·황수미 씨가 2011년과 2014년 각각 우승했으나, 이제 국내파 한국인 남성까지 1위에 올랐다. ‘성악 강국’을 국제사회에 더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김 씨가 우승 직후 “이번 준비를 위해 음악에 잠겨 살았던 것 같다”면서도 “한국 성악가들이 워낙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국내 콩쿠르에서 더 떨린다”고 밝힌 배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지금 한국 대회에 나가도 1등 자신이 없을 만큼 실력자가 많다”고도 했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해온 그에 대해,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단 17명 중의 일원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나이가 어린데도 가슴에 와 닿는 공연을 했다. 거의 만장일치로 1위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한국 성악계의 샛별인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가 꿈이다.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당당한 도전 의지가 앞으로 더 실현될 뿐만 아니라, 성악을 포함한 K-클래식 미래도 계속 밝고 탄탄하게 열려가기를 기대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