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배치계획 언급했던 푸틴 대통령
이번에는 실제 배치 개시 시점 직접 밝혀
서방의 우크라 지원 강화에 견제하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내달 7∼8일 벨라루스에서 시설 준비가 마무리되면 즉시 전술핵무기 배치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의 ‘혈맹’인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도 지난 달 26일 “전술 핵무기의 벨라루스 영토 배치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언급은 핵무기 저장 시설 관련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을 하고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하기도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자국의 방송 인터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오랫동안 전술 핵무기 배치를 러시아에 요청해왔다”며 “핵비확산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전술핵 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의 전술핵 뿐 아니라, 향후 전략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함에 따라 러시아의 핵무기는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영역 동부 경계에 더 가깝게 이동하게 된다. 또 러시아는 약 30년 만에 외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며 전략적 활용도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ICBM이 배치돼 있었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또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배치해 왔다.
러시아가 이번에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지원까지 추진하는 등 러시아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최근 서방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이 시작되는데 반발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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