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보장구 이용 14만명 달해
설문서 76% “차도 이용했다”
장애물·경사 때문 인도 벗어나
매년 추돌사고 등 끊이지 않아
지자체 보험지원 등 대책 마련


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장애인·고령자들의 이동보조 수단인 전동휠체어 등 전동보장구 이용자가 늘면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보장구는 보행자로 분류돼 인도 통행이 원칙이지만 열악한 도로 환경과 관련 규정 미비 탓에 차도로 내몰리면서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이면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90대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고 지난 2월 전남 보성군에서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던 80대 여성이 SUV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 1월 부산 연제구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남성이 계단에서 추락해 숨지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남경찰청 파악 결과 최근 2년간(2021∼2022년 8월) 전남에서만 86건의 전동보장구 관련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77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동보장구 관련 교통사고 통계는 별도 관리되지 않고 보행자 교통사고에 포함된다. 따라서 전국 현황은 매년 발생하는 노인보행 교통사고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노인보행 교통사고는 2020년 9739건에서 2021년 9893건, 2022년 1만435건으로 증가 추세다. 고령 인구 증가로 전동보장구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동보장구 관련 사고는 대부분 차도에서 발생한다. 전남경찰청이 최근 2년간 전남에서 발생한 관련 사고 86건을 분석한 결과 차량과의 충돌·추돌 사고가 94.1%(81건)에 달했다. 전동보장구 이용자가 인도 통행을 하지 않고 차도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경향은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4월 전동휠체어 등 이용 장애인 4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3%(326명)가 차도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차도 이용 경험자의 61.3%가 ‘장애물·경사로 등 이용 제한’을 꼽았다. 공단 관계자는 “전동휠체어는 돌발 상황에 즉각 반응하기 힘들고 이동 동선도 제한적이라 교통사고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동보장구 이용자는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이 파악한 전동휠체어·스쿠터 소지자는 2017년 10만2593명에서 2020년 14만2547명으로 늘었다.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5년 2만2517명에 비하면 15년 동안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가 늘고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책임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 종로구가 지난 1일부터 최대 3000만 원을 보장해 주는 전동보장구 배상책임보험을 시행한 데 이어 세종시와 충남도도 최대 2000만 원을 보장하는 보험을 지원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동휠체어도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처럼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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