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붕괴된 사건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범람한 물이 붕괴된 댐 주변으로 흐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붕괴된 사건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범람한 물이 붕괴된 댐 주변으로 흐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 서로 “상대방 소행” 주장
폭발 지진파로 손상 누적 붕괴설은 배제
우크라는 러軍 폭파 정황 감청파일 공개
美전문가도 ‘내부 폭발’ 분석 의견 제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개시할 즈음 폭발 사고로 대규모 침수 사태를 일으킨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사건에 관해 러시아 측 소행임에 무게가 실리는 정황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 지진연구소(NORSAR)는 루마니아에 있는 한 관측소에서 지난 6일 오전 2시 54분 지진파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소는 지진파의 파형을 분석한 결과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서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벌어진 카호우카 댐 붕괴를 둘러싸고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 때문이거나 누적된 손상으로 인해 저절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사건 당시 시점에 폭발로 인한 지진파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자연 붕괴’ 주장은 배제되게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붕괴된 사건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8일 헤르손주의 한 마을이 범람한 물에 침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붕괴된 사건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8일 헤르손주의 한 마을이 범람한 물에 침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반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파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 측의 댐 폭발 정황이 담겼다고 주장하는 1분 30초 분량의 음성 파일을 게시했다. 러시아 군인들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것이란 주장이다.

파일에 담긴 통화 내용에서 한 남성은 러시아어로 “그들(우크라이나)은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 사보타주(비밀방해공작) 그룹이 한 짓”이라며 “그들은 이 댐으로 사람들을 겁주려고 했다”고 말한다. 또 이 남성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들은) 원래 계획했던 것 이상을 했다”며 그 결과로 카호우카 댐이 있는 드니로프강 하류 지역에서 수천 마리의 동물이 죽었다고 말했다. SBU는 “이번 감청을 통해 카호우카 댐이 점령군의 방해 공작에 의해 폭파된 것을 확인했다”며 “침략자들은 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우리나라 남쪽에 인공 재앙을 일으키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측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카호우카 댐을 내부에서 폭파했을 것이란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폭발물 전문가인 닉 글루맥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교수는 지난 6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미사일의) 탄두에 실을 수 있는 폭발물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직접 맞는다 해도 댐을 붕괴시킬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댐 붕괴에 필요한 힘의 규모를 생각해 보라”며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호우카댐의 저수량은 약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와 비슷하며 한국 충주호의 약 7배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처럼 막대한 양의 물이 가하는 압력을 버티는 댐을 외부 충격으로 폭파하려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폭탄이나 미사일로 인한 외부 충격은 댐의 일부에만 파손을 가할 뿐, 이번처럼 절반으로 쪼개지는 붕괴를 일으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부 폭발설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는 아직 이번 사고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쪽 소행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못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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