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민원접수 시스템 중구난방
국민신문고로 일원화 필요
연간 민원 건수가 2000만 건에 달하는 등 전국 공공기관 민원실이 ‘민폭’(민원 폭탄)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중구난방식 민원 접수 체계를 하루빨리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자 민원 접수창구는 권익위 국민신문고, 용산 대통령실 국민제안, 각 부처 ‘장관과의 대화’,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으로 다수 분산돼 있다. 민원 접수처가 워낙 많다 보니, 민원인은 어디에 민원을 넣을지 혼란을 겪다가 결국 모든 곳에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중복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만약 가장 민원이 많이 접수되는 국민신문고로 일원화하면, 민원인은 간편하게 민원 제기를 할 수 있고 담당 공무원 역시 빠르게 민원 처리를 할 수 있다. 민원 수요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중복 민원 처리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여·40) 씨는 “한 곳을 정해 ‘민원은 무조건 이곳에 하면 된다’는 인식을 줬으면 좋겠다”며 “민원인 입장에서는 어떤 민원을 어디에다 제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장관과의 대화’ 식의 코너를 만들어 중복 민원을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권익위, 행안부 등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민원 접수창구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이 이미 운영하는 시스템을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단체장·장관과의 대화 코너 등을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창구 단순화 시도는 하고 있지만, 각 기관 등의 이해관계가 있어 빠르게 시스템 개편이 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원 창구를 줄이면 국민의 민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 기관 민원실에서 방문 민원, 전화 민원 등은 그대로 받기 때문에, 전자민원 창구를 단순화하는 것이 ‘민원을 제기할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원 창구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잦은 혼선과 중복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민원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도 “국민신문고, 각 지자체 창구, 대통령실 등 민원 접수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중복 민원을 받는 공무원들도, 어디에 접수해야 할지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모두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기은 · 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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