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석학에게 듣는다 - (2) 볼프강 러츠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교수
6월29일 ‘문화미래리포트’ 제1세션 두번째 강연
인구·사회환경 상관관계 연구때
학력과 노동력 변화도 함께 봐야
교육 수준, 생산성 좌우하기 때문
무료 보육 등 가족친화 근무제도
자녀둔 가정에 재정적 혜택 제공
유럽, 가족복지덕에 출산율 올라
단기적 현금지원은 별 도움 안돼
스웨덴 직장선 오후 3시전 회의
학교로 자녀 데리러갈수 있게해
근로자 동기부여로 생산성 향상
볼프강 러츠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인류통계학과 교수는 인구와 경제·사회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때 “인구 규모와 연령은 물론 학력, 노동력 등 변화도 같이 봐야 한다”면서 “생산성은 교육 수준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수가 적더라도 이들의 교육률과 생산성이 높은 경우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열리는 문화미래리포트 강연자로 나설 러츠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유럽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거나 노동 이민자 유치를 시도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가족 복지 향상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다음은 러츠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구통계학적으로 글로벌 인구 위기가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는가. 그리고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지금 인구 위기를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아직도 세계 일부 지역에서 관찰되는 인구 증가를 인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유럽에서는 1880∼1920년쯤, 동아시아에서는 1950∼1980년쯤 인구가 증가했고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현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출산율이 감소하며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고 인구 고령화가 시작됐다. 과거에 많은 인구학자는 출산율 감소가 여성 1인당 2명의 자녀를 낳는 수준에서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많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인구 보충출생률(replacement level)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출산율이 앞으로 얼마나 더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유럽에선 지난 수십 년 동안 합계 출산율이 1.5명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해 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확실한 사실은 출산율이 낮을수록 인구 증가와 인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인구와 경제 변화, 인구와 사회 환경과의 상호 관계 연구에서 어떤 연관성이 확인됐나.
“인구 규모와 연령 구조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력 및 노동력 참여의 구조적 변화도 같이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20∼6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수를 보여주는 기존의 연령 의존도는 20∼64세 연령대의 모든 사람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일하는 모든 사람의 생산성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그 유용성이 제한적이다. 생산성은 교육 수준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수가 적더라도 이들의 교육률과 생산성이 높은 경우 상쇄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술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더라도 그 기술을 관리하는 데 더 높은 역량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실은 더욱 의미가 있다. 아울러 노동 참여율, 특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의미가 크다.”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해 최근 도출한 연구 성과나 새로운 방법론이 있다면.
“우리는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부양비보다 경제적 부담을 훨씬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생산성 가중 노동력 부양비(productivity-weighted labor force dependency ratio)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대부분의 인구 집단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교육 수준이나 노동 참여율이 높기 때문에 새로 개발된 부양비 개념은 미래에 대해 훨씬 더 낙관적인 추세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보다 먼저 인구문제를 경험했다. 어떠한 문제들이 나타났고, 어떻게 대처해왔나.
“지금의 인구통계학적 패턴은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유럽 국가들은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경험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정책적 대안을 검토했다. 일부 국가(특히 북유럽)들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렸고 또 다른 국가(독일어권 국가 포함)들은 소위 ‘게스트 노동자’라 불리는 노동 이민자를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아 수용 사회에 통합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출산율이 보충출생률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가족 수당을 늘리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게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유럽 국가 중 인구 위기에 잘 대응한 국가의 성공 이유와 또 잘 대응하지 못한 국가의 실패 이유가 있다면 비교 분석해달라.
“유럽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가족 지원 모델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양성평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양질의 무료 보육 시설과 가족 친화적인 근무 제도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일하는 엄마를 지원하는 북유럽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자녀를 둔 가정에 막대한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고 자녀 수에 따라 세율까지 달리하는 등의 친출산적 프랑스 모델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혜택이 한 세기가 넘도록 제공돼 왔고,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가족 복지 개선 없이 단기적으로 제공되는 현금 지원은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별로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문제 해결에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과 고용 창출· 유지 등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유럽의 모범적인 역할과 사례를 소개해달라.
“일례로 스웨덴에선 대부분의 직장에서 중요한 회의는 모두 오후 3시 이전에 일정을 잡도록 해 부모가 그 시간 이후 학교나 탁아소에 자녀를 데리러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근무 환경에서는 근로자의 동기 부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생산성이 저하되지 않는다.”
―유럽은 활발한 이민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고, 앞으로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또 이민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 조언할 점이 있다면.
“이민 문제의 핵심은 노동 시장과 현지 문화에 이주민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통합되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문화적으로 비슷한 국가에서 고학력자가 이민 온 경우에는 성공적으로 통합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문화적으로 크게 다른 국가에서 온 교육 수준이 낮은 이민자들의 경우 통합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 두 가지 중요한 요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유럽은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동거,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 문화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쳐왔다. 주요한 정책들은 무엇이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문화가 유교적 특징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필요할까. 아울러 유럽의 저출산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양성평등 관련 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유효한 접근법인지 평가해달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여성 교육이 확대되면서 여성의 권한 강화와 경제 및 시민 사회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모든 문화권에서 관찰됐으며 일반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의 일부로 간주된다. 교육을 받고 권한을 갖게 된 여성들은 대부분의 전통 사회에서 요구되는 종속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려 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유교 문화권의 각 국가마다 여성 교육을 통한 여성 권한 신장이 이루어진 시점이 다르다. 유럽 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됐다. 북유럽과 프랑스는 이미 20세기 초에 여성 교육 수준이 가장 높았던 반면, 남유럽에서는 1950년 이후에야 여성 교육이 확대됐다. 그러나 그 이후 남유럽 국가에서 더 빠른 속도로 여성 권한이 신장되면서 전통적인 가족 규범과 강렬하게 충돌했다. 그 결과 남유럽의 출산율이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낮아졌다. 한국도 여성의 교육 확대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 충돌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 외에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미국, 인도,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인구학적 특징 중 특이한 부분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두 가지 매우 다른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인구학적 전환 과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사망률이 다소 낮고 출산율이 여전히 다소 높기 때문에 아직도 인구가 증가한다. 인도에서는 이 과정이 이미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인구학적 전환이 완료됐지만 이민자가 계속 대거 유입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도 미국과 비슷하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한국에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가족 복지 향상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구 문제를 보는 시각과 관련해 인구가 한 나라의 성장 잠재력, 생산가능인구(생산연령인구), 산업 경쟁력과 구조 등에 큰 영향을 미쳐 결국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접근법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가.
“이 부분은 위의 경제 부양비와 생산성 가중 노동력 부양비(productivity-weighted labor force dependency ratio)에 대한 논의에서 이미 다루었다. 미래의 1인당 복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수와 연령 구조가 아니라 인구의 기술과 교육 수준이 될 것이다.”
―한국의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 등에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해 당부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말은.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기존의 경제적 성공 척도보다는 여가 및 기타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웰빙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최근 우리는 ‘좋은 삶의 햇수’(Years of Good Life)라는 새로운 웰빙 지표를 도입했다. 여기에 가족 복지도 포함된다면 한국의 젊은 여성과 남성도 다시 아이를 더 많이 낳을 것이다.”
■ 인구·환경 상호작용 연구…‘초저출산의 덫’이론 개발한 인구통계학자
볼프강 러츠 교수는…
볼프강 러츠 비엔나대 인류통계학과 교수는 1956년 10월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세계적인 인구통계학자다. 그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통계학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구와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러츠 교수는 19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구통계학으로 첫 박사 학위를 받았고, 비엔나대에서 통계학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의 비엔나 인구통계연구학연구소(VID)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의 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러츠 교수는 출산율을 분석하고 인구 통계를 통해 인구수의 변화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인구와 환경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연구해 왔다. 그는 1970년부터 2000년까지 145개 국가를 대상으로 인구밀도와 출산율 간의 관계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종합해 2006년 ‘초저출산의 덫’이라는 이론을 개발했다. 초저출산의 덫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결혼·출산 관련 인식의 악화, 사회·경제적 요인 등 3가지가 중첩됐을 때 좀처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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