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선다이오드 연구실에서 김진모 대표가 회사 주요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선다이오드 제공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선다이오드 연구실에서 김진모 대표가 회사 주요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선다이오드 제공


■ 선다이오드, ‘수직 적층 마이크로 LED’기술 개발

다중접합 LED 구동 기술로
수평 배열 기술적 난제 해결
‘SID 2023’서 최고 시제품상

크기·형태·해상도 제약없어
고해상도 풀 컬러 구현 새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대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계 기업 ㈜선다이오드가 ‘수직 적층(접착제에 의해 둘 이상의 자재를 접합하는 공정)형 마이크로 LED’ 기술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선다이오드는 최근 세계 정상급 디스플레이 기업들로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LED의 상용화를 주도할 기업으로 꼽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선다이오드가 주력하고 있는 마이크로 LED는 컬러 필터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초소형 발광물질이다. 빛을 내는 LED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 해상도에 제약이 없다. 100인치가 넘는 초대형 TV를 제작하는 데 적합한 기술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초소형 LED칩을 기판에 심는 전사 공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규모 TV 생산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다이오드는 2021년 4월 100마이크론 픽셀의 마이크로 LED 초기 시제품을 개발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최초의 수직 적층형 빨강·초록·파랑(RGB) 풀컬러 디스플레이 모듈 시제품을 실현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6년 8월 설립된 선다이오드는 애초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태양 전지 개발을 목표로 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물리학 박사인 김진모 대표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화학박사인 이성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혁신 초기 단계의 신기술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대기업과 투자회사들의 관행으로 인해 연구·개발(R&D)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성수 CTO의 형이 대표로 있는 원풍물산 주식회사로부터 300만 달러를 투자받아 R&D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풍물산 주식회사가 지분율 32%를 소유해 선다이오드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0년 12월 선다이오드는 마이크로 LED 분야에 도전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당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고 중국 저가 태양전지의 시장 교란 때문에 태양전지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것. 결국 두 창업자는 미국의 유력 LED 회사에서 20년 이상 업무 경험을 쌓았던 공통점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LED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 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는 데 대해 이 CTO와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 분야에 대한 R&D 노력을 꾸준히 기울인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국에 100% 자회사인 선다이오드 코리아를 설립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광기술원(KOPTI) 등과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 계약 등도 진행했다.

선다이오드는 지난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3’의 아이-존 전시회에서 수직 적층형 마이크로 LED 기술로 최우수 시제품 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SID 디스플레이 위크는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전문 행사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메타, 3M, 코닝,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TDK 등 세계 정상급 기업들이 다양한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아이-존 전시회는 혁신적 신기술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는 사전 심사를 통해 선정된 24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최신 혁신 기술 시제품·신제품을 내놨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위해선 3개의 RGB LED칩을 디스플레이 기판에 수평으로 배열하는 전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방식에는 여러 기술적 난제가 있다. 선다이오드는 RGB 마이크로 LED 소자를 수직 적층하는 구조를 개발, 다중 접합 LED 구동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전사 공정의 어려움을 크게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선다이오드 관계자는 “기존 업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마이크로 LED 시대를 앞당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며 “고해상도 풀컬러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제작을 통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제조 측면에서 현재 마이크로 LED가 안고 있는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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