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왼쪽) 테라폼랩스 대표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몬테네그로 정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 EPA·연합뉴스·‘지금 유럽’ 홈페이지 캡처
권도형(왼쪽) 테라폼랩스 대표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몬테네그로 정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 EPA·연합뉴스·‘지금 유럽’ 홈페이지 캡처


표본조사서 ‘지금 유럽’ 26% 득표 전망
총선 직전 ‘당 대표와 권도형 유착’ 의혹
현직 총리 등 정치권은 "조사 착수" 촉구





최근 당 대표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몬테네그로의 신생 정당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이 11일(현지시간) 치러진 현지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몬테네그로 조기 총선의 일부 개표소 개표 결과를 토대로 한 표본 조사에서 ‘지금 유럽’은 2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가 62만여 명 뿐인 몬테네그로의 이번 총선에서는 81개 의석을 놓고 15개 정당이 경쟁했다. 또 투표율은 56.4%로 낮은 편이었다. 몬테네그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일 안에 이번 총선 개표 결과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득표율 예측이 현실화 되도 ‘지금 유럽’은 단독으로 내각을 운영할 정도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유럽’은 연정 상대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 행보를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창당한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인 ‘지금 유럽’은 올해 4월 대선에서 자코브 밀라토비치 현 대통령을 배출한 바 있다. 또 총리직과 대통령직을 33년간이나 지냈던 밀로 주카노비치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려오게 할 정도로 몬테네그로 정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직전인 지난 8일 권 대표와 ‘지금 유럽’ 당 대표이자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밀로코 스파이치 사이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권 대표가 스파이치 대표와 지난 2018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이며, 스파이치 대표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자필 편지를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와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 특별검사실 등에 보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에 스파이치 대표는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2018년에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또 스파이치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지금 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음모론이라며 몇 주 전부터 다른 정당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과 논란은 한때 ‘K-코인’으로 불리던 ‘테라·루나’가 폭락한 뒤 해외를 떠돌던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점, 현지에서 여권 위조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이 보석을 결정한 점 등과 맞물려 몬테네그로 정치권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특별검사실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파이치 대표는 유착 의혹이 일자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아드지치 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도형을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심지어 가족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당시는 권도형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둘이 베오그라드 어디에서 만났는지 거리명까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가상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의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써는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정부 고위층에 뿌린 편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권 대표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도피 생활에서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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