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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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 기업집단국서 요구

일감 몰아주기·부당거래 등
전방위 조사로 번질 가능성
4곳 외 기업들도 내부파악 중

공정위 “거래 실태 파악 차원
아직 정식 조사단계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4대 대기업으로부터 통근버스 운행 업체 현황을 제출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목적을 특정하지 않은 사전조사 단계이지만, 이 같은 움직임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4대 대기업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1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은 지난달 25일 삼성·LG·현대자동차·SK 등에 그룹사 출퇴근 버스 및 셔틀버스 운행 현황을 제출하라고 유선으로 요구했다. 내용은 셔틀버스 업체 리스트와 해당 업체의 계열사 현황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사전조사 단계여서 기업에 자료 제출 의무는 없지만, 해당 기업 대부분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 실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차원”이라며 “(정식) 조사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요구한 주무부서는 기업집단감시국 내 기업집단관리과로, 지주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조사·감시하는 곳이다. 만약 그룹사 특수관계인이 통근버스 계약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나 부당 내부거래 조사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 버스회사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이나 통근버스 입찰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대기업 통근버스는 일부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사실상 대체하는 대규모 인프라이지만 민간 대기업이 민간 버스회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거래 내역이 깜깜이”라며 “초창기 조사 단계로 보이지만 기업집단 간 내부 사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입찰이나 위탁계약 과정에서 부당 지원 정황이 발견될 수 있고, 조사 대상도 4개 기업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관련 자료를 제출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한 한 행사에서 중소기업인 전세버스 업체들로부터 ‘대기업 통근버스 진입 문턱이 높다’는 민원이 제기됐다고 들었다”며 “특수관계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조사가 번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4대 기업에 속하지 않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계약을 맺은 버스 업체들이 어디인지, 문제는 없는지 미리 내부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대체로 계열사를 통하거나 입찰을 거쳐 전세버스 회사들과 기간을 정해 외주 계약을 맺고, 본사·지사·연구소·공장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와 공장 단지 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입찰을 거쳐 전세버스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는다. 그룹 본사인 LG트윈타워와 수도권을 오가는 통근버스 노선만 87개다 .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위탁·수탁 계약을 전담해 전세버스 회사 40여 곳을 관리한다. 그 외에도 포스코·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들도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는 민간기업 간의 계약이어서 구체적인 계약 현황과 규모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강한·전세원 기자
강한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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