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 몰려
소아과 탈출 학술대회 열게돼”


“한국 소아과는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처럼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몇 년 후에는 인프라 자체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에서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던 임현택(사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2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다른 과목의 동네 병원 수는 늘어도 지난 5년간 소아과는 자유낙하 하듯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과 보톡스 시술 등 이른바 ‘진료비가 잘 나오는 진료’를 배우는 자리였다. 소아과 진료만으로는 병원 유지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임 회장은 “외국의 경우는 하루에 20명만 아이들을 진료해도 충분히 병원 운영이 되지만 우리 소아과는 건강보험 급여가 너무 낮아서 80명 미만으로 환자를 보면 병원 유지도 어렵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동네 소아과 운영 상황을 설명하며 “아이들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술·처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출이 나오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이었던 아이들의 예방접종까지 정부가 ‘국가예방접종’에 포함했다”며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려 ‘소아과’ 탈출 학술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소아 의료 공백을 위해 내놓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 설립 등의 대책도 비판했다. 그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8곳에서 12곳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여기에 근무할 의료진부터 부족하다”며 “정부가 의사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료 수가 현실화와 민·형사 소송 리스크 해결 등도 주문했다. 임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 저출생 상황 속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얻는 수입이 진찰료 딱 하나 외에 없어 병원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소아는 성인에 비해 기대여명이 길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폐업한 동네 소아과 수만 662개에 달하고, 소아과 위기가 의대생·인턴들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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