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 ‘K-star200 기업-구미시-금오공대 산학동맹’ 결연식에서 참석자들이 동맹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구미지역 100개 기업 대표와 금오공대 교수 100명은 인구절벽의 위기에서 지역소멸을 막겠다며 1 대 1 결연을 했다. 구미시청 제공
■ 지역소멸극복 현장을 가다 - (3) 기업·대학·지자체 ‘도원결의’
대학교수 1명이 기업 1곳 맡아 지역 정착할 수 있는 인재 키워 취업서 돌봄까지 정주여건 제공
경북도, 지역정착 10년간 혜택 “미충원 지방대 정책적 지원해야 지역소멸 · 인구절벽 동시 극복”
구미 = 지건태·박천학 기자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 위기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과감하고 강력한 투자와 규제개혁이 없으면 지방대는 물론 지역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지난 5월 25일 경북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 간의 산학동맹 결연식 현장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온 말이다. 경북 구미시의 100개 유망기업 대표와 금오공대 100명의 대학교수는 이날 ‘1 대 1’ 산학동맹을 체결했다. 인구절벽의 위기에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한 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를 떠올리게 하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산학동맹을 통해 교수 1명이 기업 1곳을 맡아 맞춤형 인재를 키우고, 지자체는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제공한다. 그동안 대학과 기업 간 협력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지자체까지 나서 ‘동맹’이란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1 대 1 결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구미시는 또 누구든 지역에 거주할 결심만 세우면 나머지는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풀옵션(full option) 개념의 지원책도 내놨다. 그만큼 지역소멸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북도는 올해부터 지역 대학과 지방 소도시의 ‘도미노식 소멸’을 막기 위한 ‘청년정주도시, U-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알파벳 ‘U’는 University(기업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체계 구축), Unique(지역전략산업 명품 브랜드화), Youth(청년이 정착하고 싶은 환경 조성), City for You(청년을 위한 청년 중심의 정주, 문화, 의료, 교육, 커뮤니티센터 등 공간 조성)를 뜻한다. 구미시를 포함한 도내 22개 시·군(오는 7월 대구시로 편입되는 군위군 제외)과 함께 청년의 교육·취업·주거·결혼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경우 향후 10년간 출산과 보육, 돌봄까지 1인당 총 2억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북도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인구소멸 위험지역이 가장 많은 곳이다. 도내 23개 시·군 중 18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한때 내륙 최대 수출기지로 불리던 구미시 또한 청년 인구 감소로 지역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 40만의 마지노선도 무너질 위기다. 도에 따르면 월평균 100만 원을 소비하는 학생 3000명이 줄어들 경우 해당 지역에는 최소 월 30억 원의 직접적인 소비 감소가 일어난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로 지방의 중소대학이 줄줄이 통폐합되거나 폐교하면서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구외대(경북 경산시)와 한려대(전남 광양시) 등 지방의 중소대학 7곳이 폐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감소지역(2021년 기준) 89곳 중 85곳이 비수도권 지자체 관할이다. 같은 기준 연도에 전국 대학 미충원 신입생 4만586명 중 75%인 3만458명이 지방대학에 집중됐다. 또 대학에 갈 수 있는 학령인구(만 18세)는 20년 새 35만630명(42%)이나 줄었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4년제 지방대 214곳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원 주요 기준인 신입생 충원율 80%를 못 채운 대학이 44곳이나 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35년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은 재수생 등 ‘N수생’을 합해도 전체 대학 정원의 60%에도 못 미쳐 상당수 지방대학이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 지역소멸로 전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미충원 지방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대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지역소멸과 인구절벽이란 시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금오공대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학 지원 예산과 권한을 지역에 과감히 넘겨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책무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대학과 지역사회를 끈끈하게 묶어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1조283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