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세계 최초 ‘AI 디지털교과서’ 2025년 도입
교사는 데이터로 코칭방법 연구
학부모는 월별성취도 체크 가능
초등 1~2학년은 서책으로 공부
음악·체육·도덕도 디지털 제외
민간교육업체가 AI교과서 개발
정부는 통합학습기록 저장 관리
디지털 기술사용과 문해력 위해
인간 - AI 관계 등 교과단원 신설
인공지능(AI) 시대의 파고가 교육현장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공교육에 전면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 혁신의 일환이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문제 제공부터 학습 지도까지 AI 디지털교과서가 담당하게 되면서 교실의 모습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교사 한 명이 강단에 서서 같은 내용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대를 넘어 21세기형 맞춤형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의 속도전에 우려도 만만치 않다. 2년 후 현실이 될 AI 디지털교과서의 개념과 이를 둘러싼 찬반 등에 대해 살펴본다.
1.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 어떻게 달라지나
2025년이 되면 학생들은 먼저 두꺼운 서책 교과서가 아닌 태블릿 기기에 떠 있는 대시보드 화면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와 마주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개개인의 학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점과 부족한 부분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과제를 제공해 준다. 한 교실에서 성취도에 따라 다른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빠른 학습자’에겐 토론·논술 등 심화 학습 과제가, ‘느린 학습자’에겐 기본 개념을 다질 수 있는 기초 학습 과제가 주어진다. 과목별로 보면, 수학의 경우 이러한 수준별 문제 제공·풀이 등의 학습 지도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 교과의 경우 AI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듣기는 물론 말하기 연습을 지원하고, 정보 교과의 경우 코딩 체험 등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AI 디지털교과서는 이에 대한 분석 결과를 학생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표나 그래픽으로 시각화해 제공한다.
2. 교사·학부모의 역할은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제공해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취합한 데이터를 통해 학급별·학생별 학업 참여도, 학업 성취, 학생별로 필요한 지원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가 예시로 제공한 교사용 대시보드 화면에 따르면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학생의 주도성 향상을 위한 코칭 및 상담 방법, 학습 효능감을 높여주는 미션 등의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또 교사가 수업 설계에 따라 콘텐츠를 재구성·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포함해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당 ‘AI 개인 보조 교사’가 생기는 셈으로, 교사는 아이의 정서 발달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대다. 학부모 역시 대시보드에 접근해 자녀의 학업 참여도, 과목별 학업 성취 및 흥미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과제는 어느 정도 수행했는지, 한 과목 내에서 영역별 성취도가 얼마나 다른지, 지난달보다 이번 달의 학습 성취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등을 알 수 있다.
3. 초기 대상에 초등 1∼2학년이 빠진 이유는
AI 디지털교과서가 2025년부터 모든 학생, 전 과목에 일괄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 적용에 맞춰 2025년엔 우선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 학생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2, 2027년에는 중3 등으로 사용 대상이 확대된다. 학년별로 보면 초등학교 1∼2학년만 AI 디지털교과서를 쓰지 않는데, 이들 연령대는 디지털 기기를 접하기에 이르다는 교육 현장·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
4. 서책형 교과서는 아예 사라지나
AI 디지털교과서는 과목별로 2025년엔 수학, 영어, 정보에 먼저 도입되며 2026년엔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2027년엔 역사, 2028년엔 고등학교 공통 국어, 통합사회, 한국사, 통합과학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체험 활동 위주 교과와 인성 함양을 위해 대면 교육이 중요한 도덕, 고교 선택과목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개발사의 수요를 반영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세트(Data Set)와 콘텐츠 등을 발굴해 제공할 계획이다. 서책형 교과서는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서책형 교과서 없이 AI 디지털교과서만 단독으로 개발되는 초등학교 정보 과목을 빼면 나머지 과목은 서책형 교과서도 함께 개발돼 병행해 사용한다.
5. 기존에도 디지털교과서가 있었는데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13년 당시 교육과정 내용을 바탕으로 초등 3∼5학년,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 시범 적용했다.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등 전자 저작물로 옮긴 수준으로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컸다. 당시는 무거운 책 대신 디지털화된 책을 보급하려는 의도 또한 컸다. 코로나19 속에서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차별화되지 못한 콘텐츠에 대해 학생들의 외면은 컸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과서 뷰어 접속 비율은 초등 3∼6학년 13.1%, 중학교 15.2%, 고등학교 8.7% 수준이었다.
6. AI 디지털교과서 재원 마련은
기존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투입된 재원은 2007∼2020년까지 577억 원이 전부다.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에 200억 원 상당의 국비 특별교부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교사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부실한 콘텐츠·교수법으로 외면받은 종래 디지털교과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내년엔 (교원 연수에) 조 단위가 넘어가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큰 규모인 만큼 국회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단순히 책가방에서 책을 없애는 수준이 아닌 차별화된 콘텐츠를 AI 디지털교과서에 싣고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7. 서책형 교과서에 익숙한 교사들이 많은데
정부는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추진과 관련 교원 연수를 우선 강조했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활용 역시 저조하기 때문이다. 일단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영어·수학·정보) 교사를 대상으로 2025년 도입 전까지 우선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이해·활용 및 수업 혁신 등의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민간과 협업해 적용 대상 교과 교원 집중 연수를 추진해 올해 하반기까지 적용 대상 교원의 30%, 2024년 상반기 60%, 2024년 하반기 100%의 연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6∼2028년 적용 예정인 교과목 담당 교사에 대해서도 교과목 적용 일정에 따라 연차적으로 연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연수 대상 교사 수는 약 16만5000명이다.
8. 민간 업체의 학습 데이터 관리에 대한 우려는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기존 교과서 개발사와 에듀테크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담당한다. 교육부가 8월 중으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 각 컨소시엄은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 6∼8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검정 심사를 하고, 검정 심사를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2025년 2월까지 현장 검토를 거쳐 그해 3월부터 교실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교과서 개발을 민간에 맡기는 대신 정부와 공공기관은 통합학습기록저장소를 구축해 학습 데이터를 관리한다. 교육부는 양질의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특정 업체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비식별 처리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모든 발행사에 제공해 교과서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9.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 방안은
정부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 등 디지털 소양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초등 정보 교과서를 AI 디지털교과서의 전용 교과서로 개발 추진한다. 디지털 기기,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이해와 실습 등 디지털 기본 소양 함양을 위한 내용 요소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초등학생 때부터 디지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초등 국어, 도덕 교과(3∼6학년)에 12개의 디지털 소양 특화 단원을 개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에 자료 탐색과 제작, 소통 윤리, 정보 검색 등의 단원을 구성하고, 도덕 교과에는 정보통신윤리, 인간과 AI 로봇 간 관계 형성 등의 단원을 넣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확정 발표한 ‘2022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디지털 소양 교육을 포함해 정보 평가, 정보통신윤리, 과몰입 예방 등 디지털 문해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정보교육 시간의 경우 초등학교 5∼6학년 실과 과목 내 정보 교육 시간을 현재의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학교도 정보 과목 시간이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확대 편성된다.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적용되고, 2025년부터는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차례대로 도입된다.
10.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디지털 교육 정책 현황은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교육콘텐츠 개발·보급사업 ‘ConnectED’ 등을 통해 디지털 교재 개발 및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또 전미교재접근센터(NIMAC)를 통해 장애 학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교육용 플랫폼 ‘Scootle’을 통해 국가교육과정 기반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학생의 학습 이력 관리 및 수업에 활용하며, 코스웨어 등을 활용해 교사를 지원한다.
일본은 민간에서 개발한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와 학생 대상으로 직접 유상 공급한다. 또 민간 교육용 플랫폼 ‘학습e포털’을 통해 영어 디지털교과서 및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SLS(Student Learning Space)라는 교수학습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교육과정 기반의 디지털교과서를 제공하고, 교사의 교안 및 평가 문항 등 콘텐츠 공유를 촉진하고 있다.
인지현·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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