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염산 테러’ 공무원 인터뷰

“합의요? 내가 사정을 봐줘서 이 사람과 합의했다면 100만 공무원들이 다 염산 맞을 위험에 노출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A 씨는 사건 이후 염산을 뿌린 B 씨 변호사로부터 합의 제안을 받고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그래도 공직자인데, 금전 생각이나 그 사람 사정 봐서 합의해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건 수사를 위해 자신이 있는 서울의 병원 입원실에 온 경찰 수사관에게도 울먹이며 몇 번이고 ‘엄중 수사’를 당부했다. 153회에 걸쳐 반복 민원을 제기하고 A 씨에게 염산을 뿌린 B 씨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상 등의 혐의로 지난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 씨 눈높이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는 형량이었다. A 씨는 “내가 공무원 옷 벗고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면 밤에 그 사람 두들겨 팰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니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악성 민원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선량한 민원인의 민원은 더없이 친절하고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언어·신체 폭력을 동반한 민폭(민원폭력)을 일삼는 민원인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헌법이나 하위법에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부분이 물렁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형벌에 대한 부분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나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고) 나라가 반듯하게 설 수 있다”고 했다.

현행 민원처리법 제7조에는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는 담당 민원을 신속·공정·친절·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7조에도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법치 확립을 위해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사진을 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조심스러운 요청에 그는 “사진이 매우 흉측해서, 그 사진들 보면 내가 트라우마가 생겨서 모조리 다 지워버렸다”고 했다.

전수한 · 손기은 기자

관련기사

전수한
손기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