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개막한 ‘2023 K-북 저작권 마켓’에서 출판사들이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개막한 ‘2023 K-북 저작권 마켓’에서 출판사들이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글로벌 시장서 주목받는 ‘한국 스토리’

작년 ‘저주토끼’ 이어 올 ‘고래’
英부커상 최종후보 올라 저력

상업적 수요도 지속적 증가세
2020년 책수출, 전년비 61%↑
이영도 판타지소설 ‘눈물을…’
영미권 출판사서 3억원 선인세

문체부, ‘K-북 미래비전’ 선포
도약위한 정책지원 등 본격화
저작권 마켓 열고 수출 컨설팅


음악,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 원천이자 바탕이 되는 ‘이야기’와 ‘책’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제 ‘K-북’이 세계로 갈 차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K-북 미래 비전’을 선포하고 도약을 위한 정책 지원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마침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지금. ‘K-북’의 현재와 미래,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본다.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 ‘파크 하얏트 도쿄’에서 열린 ‘찾아가는 도쿄도서전’. 출판사 관계자들이 저작권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 ‘파크 하얏트 도쿄’에서 열린 ‘찾아가는 도쿄도서전’. 출판사 관계자들이 저작권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부커상 후보·한국 스토리 주목… 문화적 성과·상업적 수요 확대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4%(2021년 기준)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K-북’의 수출은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수출상담이나 교류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61%나 증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K-북은 해외 주요문학상 수상과 해외 출판사들의 판권 경쟁, 여기에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부가 판권 수출까지 문화적 성과와 상업적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정보라의 ‘저주토끼’에 이어 올해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천명관의 ‘고래’가 오르며, 2년 연속 한국 소설의 저력을 보여줬다.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을 때만 해도 현지에서 ‘문학 변방국’의 기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으나, 이제는 K-컬처의 근간인 한국 이야기와 책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위상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엔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가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선인세 3억여 원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K-북’이 이미 출판 핵심 키워드다. 소설과 영화가 동시에 인기몰이한 ‘82년생 김지영’과 일본 서점 대상을 받은 ‘아몬드’가 대표적. 여기에,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열풍 이후 다양한 에세이서도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출판 시간의 단축, 장르의 다양화. 여기에, 한국어판을 먼저 출간하고 이를 역수출하는 방식까지 생기는 등 K-북이 단순한 붐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K-북 저작권 마켓’과 ‘찾아가는 도서전’… 정책도 전환 = K-북에 대한 세계 출판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체부는 ‘스토리 저작권’ 거래 시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 사례가 ‘K-저작권 마켓’이다. 지난 12∼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국내 60개 출판사, 해외 18개국 50개사 참가, 555건에 달하는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1:1 저작권 수출 상담뿐만 아니라 중화권·아시아권·북미권·유럽권 수출 전문가들이 참여해 언어권별 출판 수출 컨설팅도 제공했다. 또, 참가사들이 14∼18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참관하고, 이 기간 저작권센터에서 상담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K-북’ 출판이 가장 활발한 일본에서는 지난 5월 ‘2023 찾아가는 도쿄도서전’을 개최하는 등 특별 ‘관리’ 중이다. 한류 2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는 최근 K-콘텐츠와 K-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지 특화한 방식으로 도서전을 마련한 것이다. 문학동네와 사계절출판사 등 국내 유수 출판사 21곳과 일본의 가도카와 출판사 등이 모여 협력과 교류 방안을 모색했고, 그 자리에서 약 266건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K-북’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출판 환경 변화에 맞춰 정책 지원도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텍스트 중심의 번역 지원을 해왔다면, 최근에는 영상 등 디지털 홍보자료 제작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게 한 예. 또, 해외 수요를 감안해 ‘K-그림책’ 등을 현지 도서관과 문화원 등에 보급, 한국문화 이해를 높이고, 수출기반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 밖에 2차 사업화 수출을 위한 해외 콘텐츠마켓과 유관 비즈니스페어 참가 등을 지원, 출판 지식재산(IP) 영상화 수출에도 힘쓰고 있다.

◇亞 편향 시장 해소·지속 가능한 출판 등 과제 = K-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외연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다. 특히, 아시아 권역에 대한 시장 편중(전체 89.1%) 해소가 급선무. 권역별 전략적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미권과 중동 시장 K-북 비중은 각각 0.6%, 0.2%에 불과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인 샤르자 도서청과의 협업을 강조하며, 중동 시장을 겨냥한 K-북 수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는 민간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인·중소출판사를 지원하고, IP 보고인 웹소설 분야 인력 양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31개국 481개 출판사 참여 ‘책의 축제’

서울국제도서전 오늘 개막
천명관 등 작가 200여명 참여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올해 65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오는 18일까지 5일간 K-북의 매력을 알린다. ‘K-북 세계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총 31개국 481개 출판사,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K-북으로 세계 출판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출판 교류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다. 인공지능(AI)의 대두와 함께 인간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조망하며 인문사회, 과학, 문학, 예술, 아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소개된다. ‘이야기’로 연대하는 인간을 탐구하고, 동물과 식물, AI 등 비인간 존재들과 인간의 공진화(共進化)를 모색한다. 이를 위해 올해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사진) 작가와 영화 ‘파이 이야기’의 원작자인 얀 마텔,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개막식 첫날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주제의 강연이 준비돼 있으며, 얀 마텔은 15일 김중혁 소설가와 상상력을 키워드로 대담을 펼친다. 천 작가의 ‘고래’ 북토크는 17일 예정돼 있다. 응우옌은 18일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주빈국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일곱 토후국(土侯國) 중 하나인 샤르자다. 샤르자 작가들과 출판·문화 관계자들이 북토크와 도서 전시, 문화 공연 등을 통해 아랍의 다양한 문화를 알린다. 17일 예정된 이슬람 문화 전문가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의 강의도 기대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에 선정된 오정희·김인숙·편혜영·김애란·최은영·천선란 작가는 도서전 마지막 날인 18일 ‘비인간으로서의 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간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현지에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를 비롯해 김연수·김초엽·김금희·정지돈 등 K-문학을 이끄는 대표 작가들이 독자들을 만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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