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호 기자
곽성호 기자


■ Z세대 SF작가 서윤빈

“주로 멍때리다 소재 떠올려
전깃줄 보던중 첫소설 구상”


“전깃줄이 하늘을 일곱 조각으로 잘라놓은 걸 보다 문득 소설을 쓰게 됐다. 완전 힙합 같은 글을 쓰고자 하며 유머를 잃지 않기 위해 늘 수련하고 있다.”

‘Z세대’ 젊은 과학소설(SF) 작가 서윤빈의 첫 소설집 ‘파도가 닿는 미래’(허블)에 적힌 소개말이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SF 작가 김초엽, 천선란을 배출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받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에게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물었다. “어느 날 하늘을 봤는데 전깃줄이 보이더라고요. 서울 곳곳에서 송전선을 땅 밑에 묻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자주 볼 수는 없는 광경이지요. ‘저것들도 곧 땅에 묻힐 텐데, 나중엔 다 옛날이야기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니 흘러간 이후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등이 가려우니 긁겠다는 거죠.”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번 소설집에도 실린 ‘루나’는 우주를 유영하며 광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이야기로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SF”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다”는 작가는 “주인공을 야쿠르트 아주머니로 할지 해녀로 할지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가 전투 로봇처럼 변형돼 우주로 나아가는 이미지를 상상했더니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이 소설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그리움으로 좁혀지면서 해녀로 결정했습니다.”

“주로 ‘멍 때리다’가 소설 소재를 떠올린다”는 그는 근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을 엉뚱한 상상력으로 엮어냈다. 소설에는 100년 어치의 이자, 혹은 투자 수입을 노리고 지구에서의 100년과 똑같은 3년의 우주 생활을 하는 ‘신(新) 파이어족’이 나오고, 자율주행차로 모든 차량 시스템이 바뀐 시대,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차와 대화하며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교통사고 조사원이 등장한다.

언젠가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존재하는 지금, 소설 속에도 AI에 일자리를 빼앗긴 인물들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도 알맞은 자리를 찾아 나아가는데, 이를 지지해주는 건 다름 아닌 인간이다. 페가수스 연구소의 ‘나’에게 철분제를 쥐여준 동료, 기계처럼 말하게 된 교통사고 조사원에게 전해진 한 사람의 시(詩) 등. 따뜻한 낙관과 명백한 위로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말에 그는 “제 소설을 읽는 독자분들이 잠깐이나마 이 세상의 고난과 역경을 잊고 ‘하하호호’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쓰고 싶다는 “완전 힙합 같은 글”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를 들어 12시에 수업이 있는데 11시 59분에 ‘날씨 좋다’면서 잔디밭에 누워 있거나, 모두가 시험을 준비하는데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고 있으면 힙합이죠. 바보 같고 이상한 짓인 것 같은데 좋긴 좋은,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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