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진표도 작성했다고 거짓말…"억울하다"며 소송했지만 패소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던 시기에 진단 검사 결과를 허위로 보고했다가 징계를 받은 해병대 중사가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 이현석)는 해병대 A 중사가 모 여단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중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중사는 2021년 8월 6박 7일 동안 휴가를 갔다가 인천의 한 섬에 있는 부대로 복귀했다. 당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던 시기였다. 그가 속한 여단은 섬 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휴가 후 복귀할 때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라고 부대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A 중사는 임신한 아내의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문진표를 쓰지 않았고 PCR 검사도 받지 않았다. 이후 섬에 들어가기 전 검사 여부를 확인하는 간부에게 "문진표를 썼다"고 거짓말을 했다. 간부가 "PCR 검사 결과를 (나중에) 문자메시지로 보내 달라"고 하자 A 중사는 부대 복귀 후 과거에 받아 놓은 검사 결과를 전송했다. 그는 허위 보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중에 1시간가량 외출해 선배 부사관을 만나기도 했다.
A 중사는 지난해 1월 군인사법상 복종 의무 위반(지시 불이행)으로 근신 5일의 징계를 받자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고, 같은 해 6월 근신보다는 수위가 낮은 견책으로 징계가 감경됐다. 그는 감경된 징계도 억울하다며 여단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중사는 행정소송에서 "임신한 아내를 돌보느라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갑작스러운 격리로 숙소에 음식이 없어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배 부사관의 연락을 받고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가 복귀 후 2차례 PCR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부대 내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과잉 금지와 비례 원칙을 위반한 징계"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A 중사의 행위가 복종 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징계 수준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중사는 휴가 복귀 전 PCR 검사를 받을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불가능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런데도) 문진표를 작성했다고 거짓 답변을 하고 PCR 결과 문자도 허위로 전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간부가 A 중사에게 연락해 ‘생필품을 사주겠다’고도 했다"며 "(아니면) 다른 동료에게 부탁해 생필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 중사의 비위 정도는 군인사법상 근신이나 견책에 해당한다"며 "최종적으로 내려진 견책 처분은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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